[서울=뉴스핌] 박서영 기자 = '혁신'은 항상 시끄럽다. 태생이 그렇다. 기존 룰과 체계를 스스로 뒤엎는다는 게 그만큼 어려워서다. 정치에서의 혁신이란 밥그릇을 내려놓을 용기와 제 살을 깎아낼 결기가 필요하다. 정말로 와이프와 자식 빼고 다 바꾸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기득권이 혁신을 원치 않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이치다. 역사 속에 성공한 혁신위가 잘 보이지 않는 이유다.
[서울=뉴스핌] 박서영 기자 = 2023.11.27 seo00@newspim.com |
얼마 전 국민의힘 모 중진 의원과의 식사 자리에서 혁신위는 가장 핫한 주제였다. 혁신위와 지도부가 싸우는 모양새가 돼 안타깝다는 기자의 말에 중진 의원은 덤덤히 "혁신위는 원래 쌈닭마냥 여기저기 싸워야 한다"고 했다. 지도부와 중진 그리고 권력의 핵심으로 불리는 친윤계를 향한 혁신위의 칼날이 결코 틀리지 않다고도 부연했다. 인요한 혁신위가 연일 기자들 입에 오르내리는 걸 보니 본래의 역할을 잘 하고 있는 거라며 웃어보였다.
혁신위는 시끄러워야 성공한다. 치열하게 싸우고 내부에서 불만이 터져 나와야 하며 언론에서 매일 같이 조명해야 한다. 당 안팎에서 혁신위원장의 이름이 거론되며 sns상에 평론가들의 설전이 이어져야 혁신에 동력이 생긴다. '이재명 사조직'으로 전락했던 민주당의 김은경 혁신위가 반면교사 삼을 좋은 예다. 김은경 혁신위는 대의원제 폐지, 체포동의안 기명 투표 등을 앞세우며 이재명 대표와 한 목소리를 냈다. 김은경 혁신위의 패인은 싸우지 않았음에 있다. 이재명과 싸우지 못한 혁신은 자연스레 동력을 잃었다.
모 중진의원의 말대로 인요한 혁신위는 나름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가는 듯 보인다. 공은 김기현 대표에게 넘어갔다. 용퇴론 압박에 '버티기'로 맞대응 중인 지도부의 결단이 필요한 때다. 인요한 위원장이 띄운 혁신안들을 과감하게 수용할 수 있을 때 여당은 비로소 총선 패권을 쥘 수 있다. 그나마 성공 사례로 꼽히는 박근혜 대표 시절 한나라당의 '홍준표 혁신위'와 문재인 대표 시절 새정치민주연합의 '김상곤 혁신위' 또한 당대표의 과감한 수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도부 들러리 서기 싫다는 혁신위 내부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일부 혁신위원은 사퇴 의사를 밝혔다는 언론보도도 이어진다. 더 곪기 전에 김기현 대표의 용단이 있어야 한다. 김 대표가 국민 앞에 보여줄 모습은 '내 지역구 가는데 왜 시비냐'는 짜증이 아니라 '내가 먼저 내려놓겠다'는 선당후사 결기임을 기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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