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과징금 이후 2014년 손배소…9년만 승소
공정거래법상 손배 책임 인정, 청구액 70% 인용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TV용 LCD 패널 등을 생산해 LG전자에 판매하는 과정에서 가격과 공급량을 담합한 대만 업체들이 330억원 상당을 물어주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LG전자와 해외법인들이 2014년 소송을 제기한 이후 약 9년 만에 나온 1심 판단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김지혜 부장판사)는 지난 23일 LG전자와 LG전자 미국법인 등 해외법인 7곳이 초박막 액정표시장치(TFT-LCD) 제조·판매업체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총 329억5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법원 로고. 2020.03.23 pangbin@newspim.com |
LG전자와 해외법인들은 2003년 10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컴퓨터 모니터, 노트북 컴퓨터, TV 등을 생산하기 위해 대만 업체로부터 TFT-LCD 제품을 구매해 왔다.
그런데 TFT-LCD 전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던 삼성전자는 2006년 미국 법무부와 국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에 가격 담합 등 공동행위를 1순위로 자진신고했다.
조사 결과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외 LCD 업체들은 2001년 9월~2006년 12월 회의를 통해 주요 제품에 대한 판매가격을 설정하고 전 세계 시장에 공급하는 제품의 생산량을 제한해 공급량을 조절하기로 합의하는 등 담합행위를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2011년 12월 시정명령과 함께 담합에 가담한 대만 업체 에이유 옵트로닉스 코퍼레이션에 284억4200만원, 한스타 디스플레이 코퍼레이션에 8억7100만원 등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자진신고 감면(리니언시) 제도로 삼성전자는 과징금 전액을, LG디스플레이는 50% 감액 처분을 받았다.
LG전자는 이들의 불법행위로 인해 높게 형성된 낙찰가격으로 공급계약을 체결해 손해를 입었다며 2014년 1월 소송을 제기했다.
대만 업체들은 대한민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권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손해의 결과 발생지는 LG전자가 소재한 대한민국이고 공정위도 대한민국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피고들에 대해 과징금 및 시정명령을 부과했다"며 본안 전 항변을 배척했다.
또 대만 업체들은 LG디스플레이 해외 판매법인의 대주주이자 모회사인 LG전자도 담합행위에 가담한 주체이기 때문에 LG전자는 이 사건의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동일한 행위 주체로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공정위도 LG전자가 공동행위에 가담했거나 인지했다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들은 이 사건 공동행위를 함으로써 TFT-LCD 제품 공급시장의 경쟁을 부당하게 감소시키거나 제한했고 이는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1호, 제3호를 위반한 행위에 해당한다"며 "공정거래법 제56조 제1항에 따라 원고들에 대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감정 결과에 따라 에이유 옵트로닉스가 415억7400만원, 한스타 디스플레이가 54억1700만원을 각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감정인은 업체별 계약금액의 4.65%를 담합행위로 인한 손해액으로 추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대만 업체들의 책임을 일부 제한해 LG전자 측 청구액의 70%만 인용했다. 그러면서 LG전자와 해외법인들에게 에이유 옵트로닉스 코퍼레이션이 291억6000여만원, 한스타 디스플레이 코퍼레이션이 37억9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이 가운데 LG전자의 인용액은 65억3000만원 상당이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피고들로부터 TFT-LCD 패널을 매수해 제품을 생산·판매한 것으로 보이는 이상 이 사건 공동행위로 인한 가격 인상분을 제품의 가격에 반영해 최종 소비자들에게 손해를 전가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 제도의 이념에 따라 피고들이 원고들에게 배상해야 할 금액을 손해액의 70%로 제한함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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