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 혐의로 대법서 징역 7년 확정돼 복역
"성추행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 공격...2차 가해"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고(故) 이예람 중사를 성추행한 혐의로 징역 7년이 확정된 전 공군 중사가 마치 이 중사의 거짓말로 허위고소를 당한 것처럼 명예훼손한 혐의로 추가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모두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5부(서승렬 부장판사)는 23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장모 씨에 대한 쌍방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성남=뉴스핌] 윤창빈 기자 = 지난 7일 오전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고(故) 이모 중사의 분향소. 2021.06.07 pangbin@newspim.com |
재판부는 "피고인이 저지른 강제추행 등의 범행은 법률적 평가나 견해의 차이에 따라 범죄 성립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범죄의 성립이 명백하고 그 책임도 상당히 중하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마치 동의하에 이뤄진 신체 접촉을 피해자가 허위 또는 과장해서 신고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는 해당 발언을 들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실제와 다른 왜곡된 인식을 갖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피해자는 부대 내 극소수인 여성이고 피고인과 피해자, 대화 상대방들은 모두 같은 부대에서 공동생활을 하고 있었다"며 "폐쇄적·집단적 공동생활을 하는 군 조직의 특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발언은 전파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고 보여진다. 피고인 또한 6년간의 군대생활을 통해 그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도 질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성추행 신고에 대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공격하는 것으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해당하는 점, 실제로 피해자는 중대한 피해를 당했음에도 군 조직 안에 홀로 고립돼 심한 좌절감과 무력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은 불리한 정상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피고인이 이미 징역 7년의 중형을 선고받아 복역하고 있는바 이러한 사정들을 모두 종합해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의 형은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선고 직후 재판부는 "이 사건을 보면서 무거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며 "피고인의 범죄 행위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았다. 피고인 스스로도 재판받는 과정에서 그에 대한 책임을 많이 느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중사를 강제추행한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을 확정받은 장씨는 동료들에게 마치 이 중사의 거짓말로 허위고소를 당한 것처럼 말해 명예훼손 혐의로 특검에 의해 추가 기소됐다.
장씨 측은 "사석에서 자기변명으로 했던 이야기를 가지고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보기는 어렵고 공연성 요건도 충족하지 않는다"며 줄곧 혐의를 부인해왔다.
특검은 "피고인의 발언은 피고인이 강제추행을 하지도 않았는데 피해자가 허위 신고를 했다는 의미로 충분히 해석되고 피고인의 억울함을 강조하여 그 발언을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피해자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하도로 의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징역 2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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