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수원병' 김용남 전 의원 인터뷰
"수도권 위기론, 영남이 의사결정하기 때문"
"수도권 인물난 심각...모든 걸 바꿀 각오해야"
[수원=뉴스핌] 김승현 김가희 기자 =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에서는 수도권 위기론이 거론되고 있다. 많은 의석이 몰려 있고 영남, 호남이라는 각각의 확실한 텃밭을 가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승부처는 결국 수도권이라는 의미다.
그런 상황에서 수도권인 경기 수원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수원에서 졸업한 김용남 전 의원은 수도권 위기론의 이유에 대해 "중요 의사결정이나 정책 방향이 항상 영남에 있는 의원들이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특히 수도권은 오랜 패배로 인물난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수도권 선거를 아는 인사들이 지도부에 입성하고 정책 전문성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당에 대한 그립(영향력)을 너무 세게 쥐어서는 안 된다고 하며 대통령실 참모들의 교체와 함께 대통령의 태도와 인식을 바꿀 것을 촉구했다.
김 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와 20대 총선 공천 논란 등을 거론하며 선거를 잘 아는 참모들이 배치돼 좋은 인재들을 불러모아 수도권에서 대통령 지지율을 올려 바람이 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원은 경기 수원병에서 지난 19대 의원을 역임했다.
[수원=뉴스핌] 김승현 기자 = 김용남 전 자유한국당 의원 2023.11.22 kimsh@newspim.com |
다음은 김용남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여권에서 꾸준히 수도권 위기론이 거론되는 본질은 뭐라고 보나.
▲수도권이 험지면 안 된다. 그러면 전국 정당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런데 지금 수도권에서 계속 쪼그라들고 있고, 만약 내일 총선을 치른다면 범야권 200석이 허황된 얘기가 아니라고 저도 생각한다. 국민의힘이 영남 중심의 정당으로 적어도 십여년을 보냈다. 당의 중요 의사결정이나 정책 방향을 항상 영남이 하다 보니까 수도권에서 계속 당이 쪼그라드는 형태를 만들었다.
지금 현역 의원이 110명 정도 되는데 지역구 대부분은 영남 아니면 서울 강남3구(강남구, 서초구, 송파구)나 용산, 경기 분당 등 소위 좋은 지역구 외에는 없다. 그러다보니 당의 운영도 영남당의 한계가 더 짙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걸 빨리 깨야 한다. 그러기 위해 당의 의사결정이 영남 편향에서 벗어나야 한다. 수도권 선거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당 지도부로 들어가거나 적어도 선거를 아는 사람이 지도부에 들어가야 한다.
당에서 공매도 한시적 전면 금지를 발표했는데 제가 주요 당직자들한테 수차례 얘기했다. 증시 부양을 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증시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 공매도 금지가 해결책이 아니고 기본적으로 상장 기업의 거버넌스를 개선해서 주주환원율을 높이고 상장 기업의 경영투명성을 높이고 철저하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그렇지만 이해도가 떨어져서 알아듣지를 못한다. 그러다보니 단편적인 정책이 나왔다. 근본 해결책은 전혀 아니다. 이게 국민의힘의 한계다. 당의 정책 기능도 많이 약화돼 있다. 전국적으로는 맨파워가 너무 떨어져 있다 지금. 영남에서만 살아남다 보니까 정책 이해도라는 측면에서 평균적으로 맨파워가 예전만 못하다.
-윤 대통령은 사실 영남에 빚이 없다. 정치를 오래 한 분도 아니고 출신 지역도 그렇다. 그런데 당이 이토록 그립을 못 잡는 이유가 뭐라고 보나.
▲당에 대한 그립을 너무 세게 잡으려고 해서 문제 아닌가. 당 뿐만 아니라 정부 실력의 문제이기도 하다.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위기론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해법은 대부분의 국민들은 알고 있다. 다 바꿔야 된다. 일단 당 지도부를 바꿔야 한다. 대통령실 참모들도 바꿔야 하고 대통령의 태도와 인식도 바꿔야 한다. 지금 내놓는 당의 정책 내지 전략은 지극히 단편적이고 근시안적이다. 김포시의 서울 편입이 만약 정말로 총선 전략으로 준비했던 거라면 실력이 없다는 게 다시 한 번 증명된 것이다. 선거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지역은 김포밖에 없다. 나머지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더 크면 클거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용남 전 자유한국당 의원. 2019.08.21 leehs@newspim.com |
-대통령과 당이 수도권에 진정성을 보여줘야 하지 않나.
▲아마 용산도 지금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하는 얘기, 영남 중진들과 친윤들이 불출마 하든 수도권 험지로 출마하라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는 공감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즉 수도권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인식을 하고 있는 거다. 다만 수도권 선거를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는 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확하게 인식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일단 '바람'이라는 측면에서 집권여당의 바람은 결국은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다. 지지율이 높으면 순풍을 타는 거고 지금과 같이 부정 평가율이 두 배 가까이 나오면 역풍을 맞는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율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다음은 인물인데 수도권 위기론이 맨 처음 제기된 것은 사실 인물난에서 시작된 얘기다. 수도권에 국회의원 후보감이 없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최악의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혁신위에서 나오는 얘기, 일부는 받고 일부는 뭉개고 이렇게 해서는 뒤집을 수 있는 판이 아니다. 지금은 누구나 모든 것을 다 버릴 각오로 임해야 살아남는다.
-대통령실과 당의 인식 변화가 절실해 보인다.
▲대통령실 참모 출신들도 절대로 쉽게 공천 받을 생각을 하면 안 된다. 그러면 다 죽는다. 수도권에서만 역풍을 맞는 게 아니고 영남에서도 역풍 맞는다, 본인이 정치하겠다는데 일률적으로, 강압적으로 막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쉽게 공천 받을 생각 하지 말고 경쟁자가 있으면 다 경선해야 한다. 당원들이나 지역 주민들이 평가하기에 '이 정도면 국회의원 할 만하지' 하는 사람들을 보내야지 택도 없는 사람을 찍어서 공천 주면 다 죽는다.
-인식의 전환과 결단이 참 어려운 것 같다.
▲해법은 사심을 버리는 것이다. 역대 우리 총선이 망했던 건 다 사심 때문이었다. 2016년 친박 공천한다고 사심을 부리다가 결국엔 그게 사실상 탄핵까지도 이어졌다. 제가 보기에 총선 때 그러지 않았으면 절대로 최순실 한 명 때문에 탄핵까지 갈 수가 없다, 2020년 황교안 대표 때는 정말 정치적으로 무능했다. 의사결정자는 아는 척은 하지만 실제로 아는 게 없는 사람의 얘기를 들으면 안 된다.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