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지난 11일 토요일 투쟁가 소리가 서울 서대문 일대를 가득 채웠다. 양대 노총은 이날 11만여 명이 참가하는 도심 대규모 시위를 열었다. 이들이 서대문구 왕복 8개 차로 중 6개를 차지하고 집회와 행진을 벌이는 탓에 시민들은 수시간 불편을 겪었다.
신정인 사회부 기자 |
교통 체증부터 소음, 흡연 등으로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은 얼굴을 찌푸렸고, 인근 상인들은 "주말 장사는 다 끝났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행진이 끝난 직후에는 노조원 두 세명이 도로에 앉아 술을 마시는 모습도 보였다.
시민 피해는 당일에 그치지 않았다. '정권 퇴진'이 적힌 촛불행동 포스터들은 며칠이 지나도록 길바닥과 버스정류장 등에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오는 22일에는 서울 지하철 노조의 2차 총파업이 예정돼있다. 지난 20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시위로 혼잡한 출근길을 겪은 시민들은 또다시 발이 묶이게 됐다.
지난 9일 1차 파업 당시 열차 지연 등으로 많은 시민들이 퇴근길에 불편을 겪은 만큼 이번에도 교통대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2차 파업은 1차 때와 달리 무기한 파업으로 진행해 장기화될 시 그 피해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올해 큰 시위들은 대부분 시민의 불편을 전제로 진행돼왔다. 그러나 주최 측은 본인들의 목소리만 낼 뿐 고통받는 시민들의 민원은 잘 들리지 않는 듯하다.
전문가들은 '집회·시위의 자유는 시민들의 일상이 지켜질 때 존중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 법학전문대 교수는 "일부 집회들은 오히려 예전 집회 때보다도 더 수준이 후퇴되는 것 같다"며 "불법 행위는 물론 법적 제지가 애매한 일탈 행위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주최 측에서 스스로 자성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더 이상 불편을 야기하는 시위들이 반복되어선 안 된다. 이번 지하철 2차 파업을 앞둔 노조 측에서도 다시 한번 시민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민해 봐야 한다. 노조가 성숙한 집회·시위 문화를 만들 때 비로소 시민들도 시위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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