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악화·연체율 상승…"건전성 관리에 집중"
지방은행 전환 시 은행법 적용도 부담
"서민 금융 역할 하도록 규제 완화해야"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저축은행을 지방은행으로 전환하는 등 경쟁 체제를 만들어 은행 과점을 깬다는 윤석열 정부 금융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3일 금융위원회(금융위)에 따르면 금융당국에 지방은행 전환을 신청한 저축은행은 단 한 곳도 없다. 금융당국에 신청하지 않았으나 내부적으로 지방은행 전환을 검토 중인 저축은행도 없다고 알려졌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7월 초 은행권 경쟁 촉진과 구조 개선을 위해 신규 플레이어 진입 허용 등을 담은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연초에 은행 과점을 해소하라는 주문을 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지방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전환, 저축은행을 지방은행으로 전환 등 기존 금융회사가 다른 은행으로 전환하는 것을 적극 허용해 은행 간 경쟁을 유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저축은행은 넉 달째 꿈쩍도 않고 있다.
저축은행이 지방은행 전환에 나서지 않는 배경으로 경영 지표 악화가 꼽힌다. 저축은행은 고금리로 인한 예·대 마진이 줄며 순이익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연체율도 상승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방은행으로 전환해 기존 지방은행과 경쟁할 때가 아니고 건전성 관리에 집중할 시기라는 게 저축은행업계 분위기이다.
[서울=뉴스핌]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주부, 회사원, 소상공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2023.11.01 photo@newspim.com |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79개 저축은행 순이익은 -962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8956억원)대비 적자 전환했다. 지난 상반기 70개 저축은행 연체율은 5.33%로 지난해말(3.41%)과 비교해 1.92%포인트(p) 상승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고금리 영향으로 저축은행 경영 환경이 좋지 않다"며 "변화보다는 건전성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은 고금리 장기화 고비를 넘겨도 지방은행 전환에 서두르지 않을 전망이다. 지방은행 전환 시 은행법을 적용받아 각종 규제를 적용받아서다. 예컨대 지방은행은 자본금 250억원 이상 보유해야 한다. 또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산업자본 지분과 동일인 주식 보유 한도가 15% 이상 넘을 수 없다.
저축은행중앙회에서 공시된 각 사 자료를 보면 지난 상반기 기준 자본금 250억원 넘는 저축은행은 37곳이다. SBI(1조5615억원), 한화(3080억원), 다올(2780억원), 애큐온(1303억원), 우리금융(1240억원), 하나(1155억원), IBK(1066억원) 등 7개 저축은행은 시중은행 자본금 기준(1000억원 이상)도 충족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경우 대표 지분율이 높은데 지방은행 전환 시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방은행 전환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