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빅데이터, 질 좋아도 속도전에서 차이
질병청 외에 타 기관과도 연계 필요
민간, 병원까지도 데이터 도출 도움될 것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다기관 연계.'
2일 오전 11시, 롯데호텔월드에서 질병관리청과 대한감염학회가 공동으로 연 심포지엄에서 공통적으로 나온 키워드였다. 연사들은 신종 감염병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정부 기관은 물론 병원까지도 주도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한국이 모범국으로 뽑혔음에도 각 기관의 역량에 비해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과 함께다.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2일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대한감염학회·대한항균요법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이한샘 국립감염병연구소 연구관이 발표하고 있다. 2023.11.02 hello@newspim.com |
대표적인 사례가 코로나19 빅데이터다. 전세계적으로 질 좋은 데이터를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데이터 오류나 속도 등의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팬데믹 당시 카타르 등 개발도상국에서도 백신 효과가 도출됐음에도 국내에서는 시간이 지난 후에야 데이터가 나왔다.
권동혁 질병관리청 역학조사분석담당관은 코로나19 빅데이터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타 기관과 연계한 정보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권 담당관이 꼽은 기관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립암센터, 통계청 등이 있다. 질병청에서 확진자 및 백신접종 DB만 보유할 때보다 이를 보험청구나 건강검진 현황과 연계하는 것이 유의미한 데이터를 도출할 수 있을 거라고 첨언했다.
권 담당관은 "현재 역학조사 시스템이나 양식을 통일화해서 데이터로 활용하기 쉽도록 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내년부터는 더 좋은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향후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도 추진할 계획이다.
백신이나 치료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있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3월 MSD에서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 '라게브리오'를 긴급사용승인으로 통과시켰다. 긴급사용승인은 위기 상황에 대응하고자 특정 의약품이 정식으로 사용 허가되기 전에 제조하거나 판매할 수 있게끔 하는 제도다. 급하게 승인된 약물이다 보니 안전성이나 유효성을 검증하는 데이터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날 질병청에서는 자체적으로 분석한 라게브리오 데이터를 공개했으나, 인구학적 분포가 면밀하지 못해 민간 및 학계에 연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병원과의 협업은 필수적이다. 정부에서는 데이터를 취합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환자 현황을 시시각각 확인하고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곳은 병원이다. 현재 코로나19 데이터를 모으는 일은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도맡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감염병전문병원을 설립할 경우 더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이형민 질병관리청 예방접종관리과장은 "(감염병전문병원이 생기기 전까지) 예타 등 여러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짧게는 3년에서 5년 정도까지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한샘 국립감염병연구소 연구관은 백신을 대체할 수 있는 항체치료제 발굴 방안에 대해서도 발표했다. 비임상·임상 시료를 신속하게 생산하기 위해서는 민간 기업과 협력해 GLP/GMP급 시설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다. 국내외 연구협력 네트워크도 확대해야 한다. 기초 R&D부터 병원 연계 임상연구, 코호트, 인체자원을 확보할 필요성도 있다.
백경란 전 질병관리청장은 "임상 전임상이 신속하게 됐던 사례를 보면 임상을 한꺼번에 진행할 수 있는 오버랩 법제도도 마련돼야 할 거 같다. 임상시험에서 어려움이 많았기 때문에 네트워크가 지금부터 잘 구축돼야 한다"며 "한국은 비교적 성공적으로 대응한 사례에 속하게 됐는데 공동노력으로 이뤄낸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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