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윤희 기자 = "국회의 본회의장이라고 하는 곳은 의회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장 아니겠습니까. 제발 좀 경청해주십시오, 초등학교 반상회에 가도 이렇게 시끄럽진 않습니다"
지난 9월 5일, 정치 분야로 막을 연 대정부질문 첫날 김진표 국회의장이 여야 의원들을 질타하며 했던 말이다.
김윤희 정치부 기자 |
21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지난달 여의도는 온갖 소음으로 들썩거렸다.
5일 시작된 대정부질문부터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던 21일 본회의까지, 국회의사당역 출구와 정문 앞은 각자의 뜻을 품고 모인 이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개중엔 단식 중이던 이 대표를 비호하며 눈물을 흘리는 지지자들이 있었고, 오랜 기간 풀지 못한 법안의 통과를 호소하며 단신으로 시위에 나선 이들도 있었다.
마이크를 쥔 누군가의 분노와 귀를 아프게 찌르는 음악으로 어지럽게 점철된 국회 바깥 풍경은 국회 안과도 일견 유사했다.
대정부질문 첫날 첫 질의자로 나선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통령 탄핵'을 언급하자 불 붙은 여야 간 언쟁이 그랬고,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한동훈 장관에게 내질러진 고함들이 그랬다.
9월 본회의는 상대를 존중하며 의사를 개진하는 합리적 토론이 아닌 각투에 가까웠다. 회의에 앞서 김진표 국회의장이 여러 차례 의원들에게 건넨 당부와 쓴소리는 무색해졌다.
한국을 떠받치는 세 개의 기둥, 그 한 축을 담당하는 국회가 미취학 아동들의 소모임에 견주어져도 별다른 감흥이 들지 않게 된 건 언제부터였을까.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며 의장이 내뱉은 탄식은 새삼 "국회는 원래 그랬다"와 같은 요즘의 자조가 어디서부터 출발했는지 되짚어 볼 필요성을 시사했다.
내각 인선 때마다 파행을 반복하는 상임위원회 전체회의나 '쓰레기', '빨갱이', '야 들어가라', '꺼져라' 등 온갖 원색적 비난이 난무하는 회의장의 모습은 이제 예삿일이다.
주변에선 정치를 논하면 손사래부터 치고, 애당초 기대가 없으니 실망할 것도 없다며 혐오도 아닌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얼마 남지 않은 21대 국회에서 여야는 의회 정치 복원과 민생 협치를 공동의 목표로 외치고 있지만, 어쩌면 소기의 목적을 위해 앞서 이뤄야 할 과업은 가장 뻔하고 원론적인 곳에 있는지 모르겠다.
이를테면 의장이 언급한 '초등학교 반상회'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기본적 존중과 타협의 언어 같은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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