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활동 동선 알려지면 사우디가 곧바로 따라와"
SK 최태원 등 재계 투표 전까지 적극적 유치활동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 50여일을 앞두고 재계에선 부산에 엑스포를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인 유치활동을 펼치고 있다. 단, 유치 활동 동선이 외부에 노출될 경우 경쟁국 사우디아라비아가 곧바로 따라와 견제할 것을 우려해 유치활동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는 자제하는 분위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프랑스 파리에선 2030 부산엑스포 공식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세계박람회기구(BIE)는 엑스포 유치 후보국에게 유치국 결정투표 전 딱 한 번의 공식 심포지엄을 허락하는데, 우리나라는 투표 50일을 앞두고 프랑스 파리에서 심포지엄을 개최한 것이다. 현재 후보국은 사우디아라비아(리야드), 이탈리아(로마) 등 총 세 곳인데, 사우디아라비아는 다음 달에 엑스포 공식 심포지엄을 개최할 계획이다.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위와 대한상공회의소가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파빌리온 가브리엘에서 개최한 '2030부산세계박람회 심포지움 만찬'에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 대한상공회의소] |
재계에서 부산엑스포 유치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부산엑스포 심포지엄에 참석해 "지금 인류가 당면한 기후변화, 에너지 전환 등의 문제들은 한 두 국가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다"면서 "부산 엑스포는 전 세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이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논의의 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프랑스 파리 외에도 이달 말 아프리카를 방문하고, 11월 28일 엑스포 개최지 선정을 위한 투표가 있을 제173차 BIE 총회 전까지 해외에서 엑스포 유치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최태원 회장 이외에도 삼성전자, 현대차, LG 등 민간유치위원회 소속 기업들은 총수 및 전문경영인(CEO) 등이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세계 각국 주요 인사들과 교섭을 이어나가고 있다. 달라진 점은 연초까지만 해도 기업에서 기업인들의 노력을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렸다면, 지금은 기업들의 엑스포 유치 활동에 대한 홍보는 자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유치활동에 대한 동선이 외부에 알려지면 사우디아라비아 쪽에서 곧바로 돈 보따리를 싸들고 따라와 어느 나라에서 누굴 만났다는 동선은 외부에 알리지 않고 있다"면서 "내부에선 유치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왔고 투표 전까지 이어나갈 계획이지만 누굴 만났다는 홍보 보단 광고 등 마케팅 차원의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우 작년 9월 파나마 대통령과 멕시코 대통령을 예방해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를 요청했지만 이후엔 누굴 만나 유치활동을 이어갔는지 알려진 바가 없다. 구광모 LG 회장 역시 지난해 10월 폴란드 총리를 예방해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를 요청한 것 까진 외부에 알려졌지만, 이후 유치활동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사우디와의 엑스포 유치 경쟁에서 금전적으로 우리나라가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고, 사우디에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얘기됐던 국가들이 비밀투표로 우리나라를 찍을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라며 "엑스포를 유치하지 못했다고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정부가 그 책임을 기업으로 돌릴 수 있어 마지막까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일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귀띔했다.
abc1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