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덕전, 서양열강과 대등·근대국가 주권 수호 건물
26일 개관…'서울 진관사태극기' 당일만 진본 공개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100년 전 대한제국의 외교기관이었던 덕수궁 돈덕전이 전시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100년 전 국제 정세와 대한제국의 외교 사정을 살펴볼 수 있는 역사적 기록물 소개는 물론이고, 돈덕전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덕수궁관리소는 25일 덕수궁 돈덕전 1층 기획전시실에서 돈덕전 개관기념식을 개최하고 26일부터 정식 개관한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시민들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덕수궁 돈덕전을 둘러보고 있다. 돈덕전은 고종의 즉위 40주년 행사를 위해 지어졌으나 일제에 의해 철거됐다. 문화재청은 덕수궁 복원정비사업을 추진해 2017년 발굴조사를 거쳐 복원공사와 전시공간 설치를 마무리해 오는 26일 정식 개관한다. 2023.09.25 choipix16@newspim.com |
문화재청은 2015년부터 덕수궁의 역사성을 회복하고 역사문화자원으로 조성하기 위한 덕수궁복원정비사업을 추진해왔다. 돈덕전은 2018년에 발굴조사를 시작해 2018년 설계를 마친 뒤 2019년부터 공사에 들어가 지난해 12월 마쳤다.
25일 취재진에 공개된 돈덕전 내부는 100년 전 돈덕전 일부를 그대로 돌려놓은 듯한 결과물로 채워졌다. 당시 사용된 벽돌과 타일을 최대로 복원하고, 가구와 실내 장식도 서양식으로 갖춰졌다.
1층에 고종의 칭경예식 등 당시 대한제국의 모습을 영상에 담은 상설전시실 I이 마련됐다. 칭경예식은 1902년 고종의 즉위 40주년을 경축하기 위해 대규모 국제 행사로 기획한 예식으로 돈덕전은 이 행사를 위해 서양식 영빈관으로 지어졌다.
대한제국은 이 행사를 통해 황제의 위상을 높이고 나아가 냉엄한 국제 사회에서 중립국으로 인정받는 계기를 마련하려 했으나 콜레라의 창궐로 국제행사는 무산되고 같은 해 11월 국내행사로 축소돼 전통방식의 예식만 경운궁(덕수궁)에서 거행됐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시민들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덕수궁 돈덕전을 둘러보고 있다. 돈덕전은 고종의 즉위 40주년 행사를 위해 지어졌으나 일제에 의해 철거됐다. 문화재청은 덕수궁 복원정비사업을 추진해 2017년 발굴조사를 거쳐 복원공사와 전시공간 설치를 마무리해 오는 26일 정식 개관한다. 2023.09.25 choipix16@newspim.com |
돈덕전의 건축 양식과 내부 가구는 정확히 말하자면 프랑스식이다. 박상규 궁능유적본부 덕수궁관리소 학예연구사는 "엠마크뢰벨의 '나는 어떻게 조선 황실에 오게 되었다'에 따르면 '돈덕전은 프랑스 파리에서 유행한 세련되고 화려한 건물'이라고 적혀있다. 또 돈덕전의 콘솔은 루이 14세 이후 나온 가구로, 국립고궁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것과 같다"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건축양식을 도입한 배경은 당시 국제적 정세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해석된다. 당시 청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를 거뒀고, 영국은 일본을 이용해 세력을 확장하고 있었다. 대한제국은 열강들 사이에서 늘 긴장 상태였다.
영국과 대치 관계였던 프랑스는 대한제국에 직간접적인 도움을 줬고, 그중 하나가 영세중립국 선포 제안이다. 박상규 학예연구사는 "독립주권을 유지하기 위해 프랑스의 도움이 필요했던 대한제국은 돈덕적 건축에 프랑스 양식을 도입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시기는 건축미보다 국제적 정세와 역학 관계에 따라 양식이 결정됐다"라고 말했다.
박 학예사는 "당시 대한제국은 한반도를 차지 하기 위한 러일전쟁 발발 위기 상황에서 영세중립국을 계획한다"며 "이 과정에서 프랑스의 도움이 있었고, 국제적으로 대한제국의 자주독립을 알리기 위해 '칭경예식'이 국제적 행사로 기획된 것"이라고 첨언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문화재청 관계자들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덕수궁 돈덕전 전시품을 안내하고 있다. 돈덕전은 고종의 즉위 40주년 행사를 위해 지어졌으나 일제에 의해 철거됐다. 문화재청은 덕수궁 복원정비사업을 추진해 2017년 발굴조사를 거쳐 복원공사와 전시공간 설치를 마무리해 오는 26일 정식 개관한다. 2023.09.25 choipix16@newspim.com |
맞은편 공간은 다양한 기획전시와 국제행사가 가능한 기획전시실로 운영된다. 현재는 기획전시가 마련돼 있지 읺읺다. 박상규 궁능유적본부 덕수궁관리소 학예연구사는 "기획전시실은 패션쇼, 기획전 등 다양한 콘텐츠를 담게 될 것"이라며 "현재 이 공간은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며 '엑스포' 콘셉트로 공간이 구성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1층 복도 아래 배치된 공간은 보일러실로 추정된다. 바닥 일부는 아래를 볼 수 있도록 복원돼 있어 관람객은 복도를 걸어다니면서 돈덕전 지하 공간을 살펴볼 수 있다.
복도 한켠에는 돈덕전에서 출토된 몰딩편과 출토 타일, 벽돌을 전시하고 있다. 박상규 학예연구사는 "자료가 많지 않지만 복원하는 과정에서 돈덕전에서 발견한 유물을 연구하고 최대한 많이 반영하려고 노력했다"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문화재청 관계자들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덕수궁 돈덕전 아카이브실에서 자료를 둘러보고 있다. 돈덕전은 고종의 즉위 40주년 행사를 위해 지어졌으나 일제에 의해 철거됐다. 문화재청은 덕수궁 복원정비사업을 추진해 2017년 발굴조사를 거쳐 복원공사와 전시공간 설치를 마무리해 오는 26일 정식 개관한다. 2023.09.25 choipix16@newspim.com |
2층에는 한국 근대 외교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상설전시실 II(대한제국의 외교)와 20세기 초 프랑스의 살롱을 모티브로 해 가구와 조명등을 배치하고 각종 도서와 영상자료 열람과 학술회의, 소규모 공연 등이 가능한 32개 좌석과 이동형 책장까지 갖춘 아카이브실(대한제국 자료실)이 자리한다.
2층 복도 바닥은 발굴과정에서 출토된 타일을 재현해 장식했다. 천장과 벽은 100년 전 분위기의 조명등을 달았고 층별로 대한제국 시기의 서울 풍경(1층)과 당시의 주요 인물들(2층)을 디지털 액자에 담아 전시했다.
한국 근대외교가 주제인 상설전시실 II는 외교의 중요한 사건뿐만 아니라 초대 주미공사 박정양, 마지막 주영공사 이한응 등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며 대한제국의 주권과 자주 외교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외교관들과 주요 인물들의 삶도 확인할 수 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문화재청 관계자들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덕수궁 돈덕전 전시품을 안내하고 있다. 돈덕전은 고종의 즉위 40주년 행사를 위해 지어졌으나 일제에 의해 철거됐다. 문화재청은 덕수궁 복원정비사업을 추진해 2017년 발굴조사를 거쳐 복원공사와 전시공간 설치를 마무리해 오는 26일 정식 개관한다. 2023.09.25 choipix16@newspim.com |
서화가이자 초대 주미공사관원인 강진희(1851~1919)가 1883년 미국에서 연기를 뿜으며 달리는 두 대의 기차를 그린 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 '화차분별도'와 대한불교조계종 진관사 소장 유물로 일장기 위해 태극과 4괘를 먹으로 덧칠해 그려 넣은 '서울 진관사태극기'(보물)도 만날 수 있다. 이 태극기는 26일 단 하루 원본을 전시하고 이후에는 복제본이 전시된다.
25일 오후 3시 개최되는 개관 기념식에는 한덕수 국무총리, 최응천 문화재청장, 주한각국 대사, 저눚이씨대동종약원, 종교계(대한불교조계종 진관사), 문화예술계 등 국내외 인사 90여명이 참석한다.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