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서 '도로 물렁' 지반침하 현상 이어져
"상수도관 선제적 교체·정확한 지하 안전 평가 등 필요"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올해 내린 집중호우로 지반이 약해지면서 서울시내 지반침하(땅꺼짐)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선제적인 조치를 통해 이를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0일 경찰과 강남구청에 따르면 전날 서울 언주역 인근 도로가 물렁거리는 현상을 보여 교통이 전면 통제됐다. 경찰 관계자는 "도로사업소 쪽에서 지난 12일 싱크홀 사고 당시 발생한 물이 흡수되지 않아서 발생한 현상이라고 추측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2일 오전 10시45분께는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지하철 9호선 언주역 8번 출구 인근 도로에 지름 1m, 깊이 1.5m의 땅꺼짐 현상이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인근을 지나던 화물차 바퀴가 구멍에 빠져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31일 오후 10시3분쯤 경주시 도지동의 왕복 4차선 도로에서 싱크홀이 발생해 이곳을 주행하던 차량이 이를 피하려다 3중 추돌사고가 일어났다.[사진=경북소방본부 제공] |
서울뿐만이 아니다. 지난 17일에는 경남 진주시에서 깊이 2m의 지반침하가 발생했고 이에 앞서 지난 4일에도 이로부터 30m 떨어진 곳에서 지반침하가 먼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땅꺼짐, 싱크홀(sinkhole)로 불리는 '지반침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땅이 가라앉는 현상이다. 지반침하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도심지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이유로는 ▲연약지반이 충분히 다져지지 않거나 ▲지하수의 흐름이 바뀌어 공동이 생기거나 ▲상·하수관로 손상으로 누수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강남에서 발생한 사고는 인근 상수도관 파손으로 지반이 약해진 상황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뉴스핌DB] |
특히 올해는 집중호우로 인해 피해가 더욱 우려되는 상황이다. 올해 서울에서는 지난 6월과 7월까지 많은 비가 내렸으며, 일부 지방에서는 시간당 73.5㎜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바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집중호우 때 비가 많이 오면 지반침하가 평상시보다는 더 생기는 편"이라며 "아스팔트 안으로 물이 유입되면 균열이 있거나 이런 곳은 흙이 물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반침하 현상은 과거부터 지속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올해 6월까지 최근 6년간 발생한 땅꺼짐 사고는 총 1217건에 달했다. ▲2018년 338건 ▲2019년 192건 ▲2020년 284건 ▲2021년 136건▲2022년 177건 ▲2023년 1~6월 90건이다.
전문가들은 지반침하 현상은 예측이 불가능한 면이 있어 선제적 조치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앞으로도 노후 등으로 인해 지반침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내구연한(물체를 원래의 상태대로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을 정해서 이 기간이 지나면 파열이 됐든 누수가 됐든 선제적으로 교체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확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있었다. 백승주 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지하 안전 영향성 평가를 할 때 기존에 지어진 건물은 (평가에) 해당이 안 되기 때문에 지하 내부에 대한 명확한 지하수위나 지반 지질 파악이 안 되어 있는 실정"이라며 "처음에 신도시를 계획할 때 제대로 평가해야 하고, 도시를 옮길 계획이 아니라면 현재 지어진 건물에 대해서도 소급해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