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뉴스핌] 고인원 특파원= 중국의 경기 부진으로 홍콩 주가 지수가 좀처럼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이하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이 한국 투자자들에게 시한폭탄으로 떠올랐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은 한국 금융감독원을 인용해 약 53억달러(한화 약 7조원)규모의 ELS 상품이 지난 6월 말 기준 원금 손실 위험에 처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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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6조원 가량이 내년 초 만기를 앞두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호황을 보이던 지난 2021년 홍콩H지수를 기반으로 한 ELS 상품이 쏟아져 나왔고 많은 국내 투자자들이 이들 상품에 투자했다. 하지만 중국의 침체 우려, 미·중 갈등, 중국의 부동산 위기 속 지수는 반토막이 났고 이들 상품에 투자자들은 '전례 없는' 규모의 손실에 직면하게 됐다.
유안타증권 정인지 연구원은 "한국에 ELS 시장이 생긴 이후 금융 위기 시기에도 ELS 상품 투자자들이 만기에 이렇게 막대한 손실을 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ELS는 특정 종목이나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며 주가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약정한 금리를 받을 수 있는 파생 상품이다. 하지만 해당 ELS와 연계된 지수가 크게 빠지며 녹인 배리어(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하면 원금의 대부분 또는 전부도 잃을 수 있다.
상품마다 조건이 다르긴 하지만 정 연구원은 홍콩H지수가 6000 이하로 떨어지면 많은 사람이 손실을 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지수가 8000선 위로 올라서면 많은 투자자 한숨을 돌리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메리츠증권의 중국 주식 애널리스트인 쉬화 쿠이 역시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H지수와 연계된 ESL 투자자들이 손실을 피하기 위해서는 지수가 추가로 30% 정도 상승해야 하지만, 그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고 밝혔다.
19일 H지수는 전장 대비 0.42% 오른 6235.65에 장을 마감했다.
중국 금융 당국은 주식 시장을 되살리기 위해 15년 만에 주식거래 인지세를 인하하는 등 지난달부터 일련의 정책을 내놓았지만, 중국의 침체 우려, 미중 갈등 등으로 막대한 자금이 중국 증시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주식·채권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금은 정점을 이뤘던 지난 2021년 12월에서 올해 6월 말까지 약 17% 감소했다. 약 1년 반 사이에 빠져나간 규모는 1조3700억위안(약 25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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