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IC, 7나노 설계·양산…中, 첨단 반도체 개발 속도 ↑
중국 정부 수십 조원 지원 효과 발휘되나
中, 기술 개발 속도 예측 불가…"국내 기업, 안심 못해"
[서울=뉴스핌] 이지용 기자 = 중국 '화웨이'의 최신형 스마트폰에 중국 'SMIC'의 첨단 7나노 반도체가 탑재되는 등 중국 기업들의 첨단 반도체 개발이 최근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에 대한 중국 기업의 첨단 기술 위협이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가 지난달 말 출시한 최신형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에 중국 파운드리 반도체 기업 SMIC의 7나노급 공정 반도체가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7나노급은 미세공정에 해당해 미세공정 반도체칩 생산을 위한 고도의 제조장비가 필요한데, 미국이 지난 2019년 화웨이와 SMIC 등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반도체 장비·기술 수출 규제를 내려 원칙적으로 중국에 고도의 제조장비 등 수입이 불가하다.
이에 업계에서는 미국의 강력한 수출 규제에도 불구, SMIC가 7나노 반도체를 설계·양산한 점을 두고 중국 기업의 반도체 기술력이 일정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대(對) 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대규모 반도체 지원과 기업의 자체 투자에 힘입어 기술력 향상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로고(위)와 SK하이닉스 로고(아래). [사진=뉴스핌DB] |
중국 정부는 지난 2014년 1386억 위안(약 25조원)이던 반도체 투자 기금을 2019년 2000억 위안(약 36조원)으로 늘리는 등 반도체 기술 개발 투자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반도체 제조 장비 첨단화'를 위해 3000억 위안(약 55조원)의 기금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국 내 첨단 반도체 생태계 구축 사업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옥남도 테크인사이츠코리아 지사장은 지난 7일 "지난해 나온 7나노 제품과 달리 이번에 확인된 SMIC의 7나노 칩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2세대 제품으로 SMIC가 기술적 진보를 이뤄낸 것으로 보여진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중국 기업들의 빠른 기술력 성장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가 7나노보다 앞선 3나노급 제품을 양산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아직 국내 기업들과 중국 기업들의 기술 격차는 벌어져 있지만, 중국의 기술 성장 속도를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이에 대한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당초 업계에서도 SMIC가 이번 7나노급 제품의 설계·양산을 할 수 있을 것으로는 예측하지 못했다.
게다가 차세대 인공지능(AI) 메모리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경우, 미국이 수출 규제를 내린 첨단 반도체 장비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필요 없어 중국의 자체 기술력 만으로 첨단 반도체를 언제든 설계·양산할 여지가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첨단 기술과 구식 기술 사이를 뛰어넘어 빠른 속도로 첨단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국이 대규모 반도체 투자로 예상보다 빨리 반도체 기술력을 습득하고 있어, 국내·중국 기업 간 3~4년의 기술 격차가 단 1년으로 줄어들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국내 기업과 중국 기업의 반도체 수준 격차를 더 이상 예측하기가 어려워 안심할 수 없다"며 "현재로서는 국내 기업은 중국 기업을 의식함과 동시에 기술 격차 확대를 위한 투자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화웨이의 메이트 60 프로 스마트폰에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가 탑재됐다는 일부 외신 보도가 나왔다. SK하이닉스는 이에 대해 "화웨이와 거래한 사실이 없다"며 "사안 파악을 위해 자체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leeiy52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