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전기차 콘셉트 CLA클래스서 발표
테슬라, 인산철 배터리 장착 모델 Y 2000만원 하락
"최고급 전기차 수요 한계, 경쟁력 높이는 선택"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고급차의 대명사인 메르세데스-벤츠가 최근 전기차 시장의 흐름에 맞춰 중저가 전기차를 내놓을 가능성이 제기돼 주목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5일(현지시간) 열린 IAA 모빌리티 2023에서 차세대 전기차인 '콘셉트 CLA 클래스'를 공개했다.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메르세데스-벤츠가 독일 뮌헨에서 개최된 'IAA 모빌리티 2023'에서 '콘셉트 CLA 클래스(Concept CLA Class)'를 공개했다. [사진=메르세데스-벤츠]2023.09.04 dedanhi@newspim.com |
벤츠는 이 자리에서 콘셉트 CLA 클래스의 배터리와 관련해 고객이 두 가지 소재의 배터리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상위 버전 배터리는 실리콘 산화물 소재로 양극 설계돼 뛰어난 에너지 밀도를 자랑하며, 엔트리 버전 배터리에는 리튬-인산철이 사용된다고 했다.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삼원계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낮아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다소 짧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안정적인 구조를 가져 화재 위험이 적은 장점을 갖고 있다.
테슬라 코리아가 중국산 리튬 인산철 배터리를 사용한 모델 Y RWD(후륜구동)을 이전보다 2000만원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고 해 국내 계약자만 2만 여명에 달할 정도로 돌풍을 일으킨 예도 있다.
현재 벤츠의 전기차 중 최하위 차종은 'EQA 2023' 버전으로 신차 비용은 포털 기준 6750~7450만원이다. 테슬라의 전례를 보면 벤츠가 4000만원대 전기차를 내놓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벤츠 코리아 측은 이를 부인했다. 벤츠는 모든 차종에서 럭셔리를 추구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인산철 배터리를 사용한 차종이라고 해도 내부 인테리어나 최첨단 기술이 집약되는 만큼 가격을 예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메르세데스-벤츠가 독일 뮌헨에서 개최된 'IAA 모빌리티 2023'에서 '콘셉트 CLA 클래스(Concept CLA Class)'를 공개했다. [사진=메르세데스-벤츠] 2023.09.04 dedanhi@newspim.com |
물론 CLA 클래스가 콘셉트카로 아직 양산에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가격 예측은 어렵다. 그러나 전기차 가격의 절반 이상을 결정하는 것이 배터리로, 벤츠는 중국의 CATL 등 배터리 업체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어 저렴한 중국산 리튬 인산철 배터리가 사용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 역시 벤츠의 리튬 인산철 배터리 사용을 중저가 전기차 시장 공략이라고 판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벤츠 관계자는 우리는 최고급 전기차를 팔겠다고 하지만 원래 고급차를 사는 수요층에서 이런 전기차는 먹히지 않고 있는 것 같다"라며 "벤츠의 최고급 브랜드 가치에다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비싼 배터리를 넣으면 전기차가 너무 비싸져 경쟁이 안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기차에서 일등기업이라고 하는 테슬라나 BYD가 인산철을 쓰면서 성능은 다소 떨어지지만 저렴한 전기차를 원하는 시장이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라며 "벤츠도 이런 시장이 증명된 만큼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럭셔리 전략을 포기했다기 보다는 일부 선택지를 열어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원주=뉴스핌] 조재완 기자 = 배터리 충전 중인 메르세데스-벤츠 전기 SUV '더 뉴 EQA 250'. 2022.11.22 chojw@newspim.com |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리튬 인산철 배터리도 과거의 성능이 아니라 1회 충전 시 400km를 가는데 실소유자들은 불편이 없다"라며 "더욱이 벤츠 역시 중국 자동차업체와 가격 경쟁은 도저히 안되고 그렇다고 차량 가격을 더 올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벤츠라는 브랜드를 갖고 있지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기차의 원가를 줄여야 하는데 가장 큰 것이 배터리"라며 "이 때문에 벤츠도 리튬 인산철 배터리를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전기차협회 회장인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역시 리튬 인산철 배터리 사용에 대해 "벤츠의 고민이 나타난 것"이라며 "삼원계 리튬 이온 배터리 만으로는 가격 면에서 한계가 있으니 다소 기능이 떨어져도 리튬 인산철 배터리를 통해 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벤츠나 BMW도 향후 저가 모델은 인산철 배터리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