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공문서·사문서 위조의 범의 증명 안돼"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수사 과정에서 접수된 고소장을 잃어버리고 이를 위조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검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즉시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단독 하진우 판사는 7일 오전 공문서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윤모 전 검사에게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윤모 전직 검사가 '공문서 및 사문서 위조'혐의 대한 1심 선고공판을 받고 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2023.09.07 leemario@newspim.com |
하 판사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처음부터 위조의 범의를 가지고 실무관에게 고소장 복사를 지시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그러한 행위 자체가 사문서 위조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검찰 수사관 명의의 수사보고서에 직접 내용을 입력한 혐의에 대해서도 "피고인은 별 다른 의미 없이 검찰 내부망에 자동 생성된 수사보고서 양식에 맞춰 보고서를 작성했던 것으로 보이고, 허위사실을 기재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면서 "피고인에게 공문서 위조의 범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공수처는 "피고인에게 위조의 범의나 허위의 인식이 없었다고 본 법원의 판단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즉시 항소를 예고했다.
공수처는 "법원은 종전에 같은 피고인이 고소장 표지를 위조해 공문서를 위조한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수사기록 표지 뒤에 편철된 다른 위조 문서에 대해 범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며 "이는 누가 봐도 앞뒤가 안맞는 모순된 판단이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법원은 재판 진행 중 공수처 검사에게 해당 피고인의 지위를 '간접정범'(범행을 직접 실행하지 않고 실무원에 대한 지시를 통해 실행)으로 공소장 변경을 하도록 권유했고, 재판부 의견대로 공소장 내용까지 변경한 마당에 무죄를 선고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공수처에 따르면 윤 전 검사는 지난 2015년 12월 부산지검 재직 당시 고소장을 분실한 사실을 알게 되자 사건이 정상적으로 접수돼 처리되는 것처럼 행사할 목적으로 동일인이 고소한 다른 사건의 기록에서 고소인 명의로 제출한 고소장을 복사한 뒤 수사 기록에 대체 편철한 혐의(사문서위조)로 기소됐다.
또한 해당 과정에서 검찰수사관 명의의 수사보고서에 직접 허위 내용을 입력해 출력한 다음 수사 기록에 대체 편철한 혐의(공문서위조)도 받았다.
앞서 윤 전 검사는 지난 2018년 고소장을 분실하자 실무관을 시켜 고소장 표지를 위조하고 상급자의 도장을 임의로 찍는 등 공문서를 위조한 혐의로 기소돼 선고유예 판결을 확정받은 바 있다. 그런데 공수처가 당시 윤 전 검사가 표지만 위조한 것이 아니라 수사 기록과 수사보고서를 위조했다며 추가 기소한 것이다.
지난 6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공수처는 "고소장은 수사의 핵심 단서고 수사보고서는 수사·형사 절차의 핵심"이라며 "피고인은 검사로서 정의를 실현하는 객관적인 관청이 돼야 하지만 기록 분실을 숨기기 위해 검찰권을 남용하고 고소장과 수사보고서를 위조했다"며 징역 1년을 구형했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