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지표 '우 상향' 뚜렷…'역전세난' 우려 줄고 매매심리 상승국면 진입
수도권 분양시장 완판 행진…공급·입주물량 감소추세
고금리·고환율·고유가 신3고 체체…중국·미국 발 리스크 커져
[서울=뉴스핌]김정태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하반기에 들어선 지도 2개월이 지나고 있다. 연초만 하더라도 올해 부동산 시장을 두고 하락을 전망했던 대부분 전문가들이 슬며시 '상승' 또는 '급락은 없다'는 쪽으로 '스탠스'를 바꾸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각종 제시되고 있는 부동산 지표상으로는 '우 상향'의 지표를 보이고 있어서다.
전국 아파트 가격은 5주 연속 상승세다. 부동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서울은 13주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미분양의 무덤으로 지목됐던 대구마저 8월 들어 1년 7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어서 2주 연속 상승폭을 높여가는 모양새다.
[자료=한국부동산원] |
여기에 올 하반기 부동산 시장의 악재 변수로 떠올랐던 역전세난 우려도 잦아들고 있다. 오히려 전국 전셋값은 4주 연속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거래량은 평균 거래량에는 미치지 못하나 휴가철이 지나는 추석 전후로 평균 이상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주택시장의 수요심리를 나타내는 지표 역시 '우 상향'이다. 국토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7월 부동산시장 소비자 심리조사'에 따르면 전국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전월보다 2.9 포인트(p) 오른 117을 기록했다. 115∼200 구간은 상승 국면으로 구분한다. 전국 지수가 상승 국면에 진입한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15개월 만이다.
청약시장도 서울과 일부 수도권에선 뜨겁다. 그것도 분양될 때마다 3.3㎡당 300만~600만원씩 치솟는 고분양가에도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고 실제 완판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 비강남권에서의 수도권 분양가는 국평 기준으로 10억원이 넘는 것이 기본이고 매번 분양가격이 이보다 더 치솟고 있지만 청약 수요가 몰리고 있다. 이 때문에 '지금이 가장 저렴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신축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만 이를 충족할 수 있는 공급물량은 부족하다는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인허가, 착공 실적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상반기 전체 주택사업 누적 인허가는 18만9213가구로 202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착공 실적 역시 9만2490가구로 지난해 절반 이하(49.1%)로 축소됐다. 사업인허가와 착공이 이렇게 더디면 빠르면 3년 내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은 오는 2025년 입주 물량은 2024년보다 46% 줄어든 19만 353가구에 그치고 2026년 4만 3594가구로 뚝 떨어지는 공급 가뭄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철근 누락'으로 촉발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관 특헤' 여파가 3기 신도시에 대한 공급지연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과 1기신도시의 재정비사업도 썩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지는 않는다.
'이쯤이면 '데드캣 바운스'를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머쓱해 할 만하다. 눈에 보이는 지표를 두고도 아직도 하락을 주장하느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022년 주택시장이 갑작스럽게 냉각된데는 가파른 고금리의 충격이 컸다. 그럼에도 예상보다 바닥에서 빨리 벗어난 데는 정부의 각종 규제완화정책의 영향이 컸다는 점은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본격적인 상승장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일시적 반등에 그칠 것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이제부터 위기가 닥칠 것이라며 목소리를 되레 높이고 있다.
[사진 = 바이두] |
일단 외생적 변수가 크다. 중국과 미국 발(發) 리스크가 주택시장에 어떤 악재로 미칠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그룹과 비구이위안의 잇따라 디폴트에 직면하면서 부동산 위기가 날로 확산되고 있다. 또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과 고금리 장기화 우려로 미국 장기 국채금리의 상승이 이어지면서 우리나라 무역과 외환시장의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국내 금융시장을 더욱 살얼음판으로 만들고 있다. 가뜩이나 목에 차 있는 국내 가계부채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마당에 기업부채인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이 겹쳐져 '9월 위기설'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여기에 유가와 원자잿값 상승까지 겹쳤다. 결국 '고금리', '고환율', '고유가'의 신3고(新三高)를 맞는 거시적 환경이 국내 경기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주택 시장은 심리에 민감하다. 물론 주식시장처럼 즉각 반응하지 않고 추세(싸이클)를 따른다. 하지만 추세 변화는 반드시 과거의 주기를 따르지 않는다. 주목할 점은 추세의 변곡점에는 거시적 변화로 인해 부동산시장의 변수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그만큼 추세 상승을 낙관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의 시기에 있다.
dbman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