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럽·지중해 가려던 관광객들, 영국·유럽으로 변경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올해 이상기후로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 유럽 지역에서 목숨을 위협하는 수준의 폭염이 지속되면서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뜸해져 해당국 관광산업 충격도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24일(현지시각) CNBC는 유럽 폭염이 '뉴노멀'이 되고 있다면서, 관광객들은 이제 상대적으로 덜 더운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스 로도스 섬에 발생한 산불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3.07.25 kwonjiun@newspim.com |
◆ 인기 관광지 폭염 피해 속출
휴가철에 관광객이 몰리던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 지중해 인근 지역은 지구 온난화에 태평양에서의 엘니뇨 현상까지 겹쳐 최근 역대급 폭염 피해를 보고 있다.
지난주 이탈리아 로마 기온은 41.8도를 찍어 최고 기록을 경신했고, 이번 주에도 계속되는 폭염 속에 낮 최고 기온이 48℃까지 오를 것으로 예고됐다. 이미 이탈리아 보건부는 주말 동안 로마, 볼로냐, 피렌체 등 16개 도시에 적색경보를 발령한 상태다.
지난 18일에는 이탈리아 콜로세움 앞에서 영국인 관광객이 폭염 속에 기절했고, 열사병으로 쓰러지는 관광객도 속출하고 있다.
그리스에서는 최근 40도 이상 폭염이 열흘 넘게 지속됐고, 지난 18일 로도스섬에서 난 산불은 닷새 넘게 이어져 주민과 관광객 3만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또 23일에는 그리스 에비아 섬 남부에서도 화재가 발생했으며, 24일에는 코르푸 섬에도 폭염으로 인한 산불이 났다.
이밖에 키프로스 수도 니코시아, 이탈리아 시실리의 카타니아 지표면 온도가 50℃를 찍었다.
로마 관광객들이 더위에 손풍기를 들고 다니는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3.07.25 kwonjiun@newspim.com |
◆ 영국 북유럽 등 상대적 인기
유럽관광위원회(ETF)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 유럽에 대한 보복관광이 폭발 중이나, 견디기 어려운 폭염이 지속되면서 체코, 불가리아, 아일랜드, 덴마크 등 북유럽을 찾는 이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폭염 피해가 심각한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프랑스, 그리스, 크로아티아 등 전통적 인기 관광지의 경우 여전히 관광객의 방문이 이어지나, 규모는 작년 대비 10% 감소했다.
ETC는 인구 밀집도가 낮으면서 기온이 더 온화한 북쪽을 찾는 관광객들이 느는 추세라면서,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10% 이상을 관광 수입으로 충당하는 지중해 연안 국가들에는 추가적인 부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작년 그리스의 경우 국내총생산(GDP)의 18.5%, 이탈리아는 10% 이상이 관광 산업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ETC는 또 수개월 내 여행을 계획중인 관광객 다수가 여전히 더 저렴한 관광지를 찾거나, 예산을 위해 비성수기 여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가디언지는 영국을 찾는 관광객 수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돌아오고 있다면서, 파운드화가 약세를 보인 영향도 있으나 미국인 관광객의 상당수가 폭염으로 인해 유럽 본토 여행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행 컨설팅 업체 PC에이전시 최고경영자(CEO) 폴 찰스는 "호텔이나 항공사 예약을 보면 남유럽 여행을 계획했다가 폭염으로 인해 영국이나 아일랜드로 막판에 목적지를 변경하는 미국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