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원고 패소 → 2심 일부 승소 → 대법, 파기환송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계약체결 이후 사업자에게 계약서 사본 교부를 거절당했다는 이유로 계약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약관법상 사업자의 사본 교부의무 부담 시기는 '계약 체결 당시'에만 해당한다는 것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A씨가 분양사업 시행사 겸 위탁자인 B씨와 C씨를 상대로 제기한 계약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는 지난 2018년 3월 신축예정인 건물 분양사업의 시행사 겸 위탁자인 피고들과 5개 호실을 분양받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원고는 인감은 소지하지 않아 서명으로 공급계약서 등을 작성했고 이후 인감을 지참하여 문서를 보완하기로 약속했으나 이행하지 않았다.
원고는 피고 측에 이 사건 공급계약에 관한 문서 사본을 달라고 요구했는데 피고 측은 위와 같은 약속이 이행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요구를 거절했다. 그러자 원고는 피고들이 약관 사본 교부의무를 위반하였다며 계약금 반환을 구하는 이 사건 본소를 제기했다.
피고들은 원고가 계약금 잔금을 지급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분양계약을 해제했다고 주장하며 약정된 위약금의 지급을 구하는 반소를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공급계약서에 약관규제법 위반에 대한 제재를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약관규제법 위반을 이유로 이 사건 계약이 무효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약관규제법 제3조 제2항에 의하면 사업자는 고객이 요구할 경우 약관의 사본을 내주어 고객이 약관의 내용을 알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원고는 이 사건 계약이 체결되고 나서 5일 후 피고 측에 문서 사본을 달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이후 원고가 소를 제기한 후에야 피고들은 일체의 서류를 제출했다. 이는 약관 교부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원고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약관의 내용은 매매대금의 지급시기, 매도인과 매수인의 의무사항 등 계약의 필수적이고 중요한 내용에 해당한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만으로는 계약의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므로 약관법에 따라 이 사건 계약은 무효가 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약관법 제3조 제2항을 위반한 경우라 함은 계약 체결 당시 사업자에게 약관 사본을 내줄 것을 요구하여 사업자가 약관 사본 교부의무를 부담하게 되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를 의미한다"며 "계약이 체결된 이후 사본을 내줄 것을 요구하여 사업자가 이에 불응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고는 계약 체결 이후 피고들에게 계약서 사본 교부를 요구하였으므로 피고들이 이에 응하지 않았더라도 약관법 제3조 제2항을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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