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개발에 앞서 중요한 것은 '고객 신뢰'
삼성, 36년 업력 TSMC에 비해 신뢰 확보 불리해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 경영철학 전면 내세워야
[서울=뉴스핌] 이지용 기자 = 삼성전자는 최근 각종 신기술 활용 계획을 내놓으면서 파운드리 세계 1위 'TSMC'를 따라잡기 위한 본격적인 추격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열린 '삼성 파운드리포럼 2023'에서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를 통해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최적화 솔루션을 제시한다는 로드맵을 선보였다. 또 한 장의 웨이퍼에 다른 종류의 반도체를 함께 생산하는 첨단 4나노 공정의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를 다음달과 오는 12월 서비스 지원한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이처럼 삼성전자는 TSMC와의 파운드리 격차를 좁히기 위해 신기술 개발을 통한 고객 확보 등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무엇보다 파운드리 분야에서 중요한 것은 '고객 신뢰'라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고객사의 신뢰 확보를 위해서는 반도체의 기본 성능 보장과 수율, 공정 안정성 등이 보장되어야 한다. 신기술에 앞서 기본적인 공정을 먼저 안정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지용 산업부 기자 |
그런 점에서 삼성전자는 TSMC에 비해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 36년의 업력을 자랑하는 TSMC에 비해 삼성전자는 20년 이상 뒤처져 있다. 그 만큼 고객사들의 신뢰 확보에서도 불리할 수밖에 없다. 수율의 경우 최근 4나노 공정은 75%, 3나노 공정은 60% 이상까지 올라 TSMC를 넘어섰다는 일부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지만, 아직 '삼성전자가 안정적인 수율 확보에 더 힘써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율 등을 기초로 한 신뢰도 싸움에서 아직 삼성이 TSMC에 밀리는 것은 사실"이라며 "통상 고객사들은 삼성을 퍼스트 밴더보다는 대체 기업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삼성전자가 3나노에 GAA를 TSMC보다 먼저 적용하는 등 신기술을 먼저 활용하고 있는 점도 삼성전자가 당장 고객 신뢰 확보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양산이 안정화되지 않은 신기술을 공정 과정에 도입하면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반면, TSMC는 36년째 파운드리업을 해오면서 안정적인 공정 노하우와 기술력을 쌓았다. 동시에 고객사의 주문 물량과 요구사항을 맞춰오면서 신뢰를 구축해왔다. 특히 최근 TSMC의 강점인 패키징 공정이 반도체 성능까지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되면서 TSMC는 고객사들의 요구에 맞춘 패키징 공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이 안정적인 공정과 뛰어난 고객 서비스는 대형 고객사인 애플과 엔비디아가 아직도 TSMC와 함께 하고 있는 이유로 꼽힌다.
TSMC의 가장 큰 강점은 단연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경영철학일 것이다. 동시에 반도체 설계와 제조까지 모두하는 삼성전자에게는 고객과의 경쟁이 가장 큰 약점이다. 애플 등 고객사들은 삼성전자가 아무리 높은 기술력을 갖췄다고 해도 경쟁사라는 인식으로 인해 주문을 선뜻 의뢰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부문을 분사하지 않는 한 TSMC 만큼의 고객 신뢰를 확보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물론, 대규모 초기 투자가 필요한 파운드리 특성상 삼성전자가 단기간에 분사를 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삼성전자는 기초 체력 강화에 더 힘써야 한다. 안정적인 공정 라인 운영을 위한 투자와 고객사 요구사항에 맞추기 위한 패키징 과정 개선 등의 재점검이 필요하다. 그리고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라는 삼성전자 만의 새로운 경영철학도 전면에 내세워야 할 것이다.
최근 생성형 AI 등 첨단 산업 성장으로 파운드리 분야의 성공 여부는 한 기업의 성패를 가를 수 있을 만큼 중요해졌다. 삼성전자가 고객사들의 신뢰 확보를 위한 노력들이 다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이유다.
leeiy52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