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고속道' 정쟁화되면서 국민마저 '편가르기' 양상
국토부 애초 모든 걸 공개하고 적극 해명했어야…'찔끔' 해명에 의혹 더 키워
원 장관 '백지화 선언' 정치인 부각만 될 뿐…15년 숙원 양평군민 기대 저버리지 말아야
[서울=뉴스핌]김정태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 가운데 하나가 '폭등이'와 '폭락이'일 것이다. 폭등이는 집값 상승론자, 폭락이는 집값 하락론자를 지칭하는 말로 상대방을 비하하는 비속어다.
언제부터인가 이들 단어가 일반화돼 통용되고 있지만 불편함이 느껴진다. 단순히 비속어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부동산 시장에서 집값 향방은 영원한 화두이다. 요즘과 같이 시장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선 논쟁도 치열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커뮤니티 카페에 올려지는 일부 글들은 '편가르기'의 선을 넘은 것 같다. 정치적 편가르기를 하며 서로에게 욕설과 비하를 퍼붓는 등의 극혐 글들을 보게 되면 얼굴이 찌푸리게 된다. 정권이 뒤바뀔 때 마다 이념적 정책 때문에 시장의 변동성도 커지면서 폭등이와 폭락이와 같은 비속어도 정치적 편향성을 갖게 된 말로 변질된 게 아닌가 싶다. 답도 없는 정치적 글들이 많아질 수도록 피곤함을 넘어서 회피하게 된다.
원희룡 장관 [사진=국토부] |
서울-양평 고속도로 변경안을 두고 갈수록 첨예해지는 정치 공방을 지켜보자니 딱 그런 경우다. 애초 쟁점은 단순해 보였다. 노선 변경된 종점에 김건희 여사 일가 땅이 있는 강상면에 위치해 있다는 의혹제기에서 비롯됐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이에 대한 해명을 보다 적극적으로 하면 될 일이었는데,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갑작스런 '백지화' 선언은 정쟁의 판을 키우는 모양새가 됐다. 야권의 정치공세를 원 장관이 '여권의 유력 정치인'으로서 되받아치는 역공세를 취했기 때문이다. 15년 이상 걸려 추진되고 있는 국책사업을 장관 말 한마디에 독단으로 백지화할 수 있는 것이냐는 논란이 또 다른 쟁점으로 정쟁화되고 있다.
원 장관이 지난 3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밝힌 바대로 스탠스를 유지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그는 이 자리에서 노선 변경 의혹 제기에 대해 '늘공'과 '어공'의 차이를 언급하면서 까지 본인이 정무적 판단을 내렸다며 전면 재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 전면 백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었다.
야당도 사실파악 보단 이 의혹을 정쟁화 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였다. 원 장관이 '급발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야권에서 사전모의, 장관개입, 특혜제공 등 '아니면 말고 식'의 파상공세를 차단하기 위한 궁여지책이었을지 모른다.
국토부는 국토부 대로 출입기자에게 관련 자료를 연일 배포하고 양평 현장까지 보여주며 노선 변경의 타당성을 어필하려 했으나 의혹을 키운 점도 있다. 국토부는 노선변경을 두고 해명 초기에 양평군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가 지난주에 진행한 현장 설명회에선 용역업체인 설계사의 결정 때문이라고 말을 바꾼 점 역시 또 다른 의혹을 불러 일으키는 쟁점이 됐다. 누가 변경을 지시했고 왜 갑작스러운 변경이 이루어졌는지 모든 절차를 명명백백하게 공개해야 한다는.야당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어느 쪽이 진실인지 더욱 혼란스럽다. 여야의 진실게임은 중앙정부와 광역지자체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국민을 양쪽으로 갈라치고 서로를 맹비난하며 정치적 골을 또 한번 드러내는 민낯을 보여주는 나쁜 사례를 보여줄 것인가.
여기에 '극한호우'로 인한 인명피해도 커지고 있다. 원 장관이 윤 대통령의 폴란드 방문에 함께 수행했다는 사실을 TV중계를 통해 알게됐다. 원 장관의 일정 체크에는 '별도 일정 없음'으로 출입기자에게 배포돼 있었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의 재건사업 협력도 중요한 현안이지만 원 장관이 당장 나서야 할 현안은 국내 문제다.
17일 국회 국토위에 원 장관이 출석한다. 당연히 야당의 파상적 정치 공세가 예상된다. 이를 정면 돌파할 원 장관의 해법은 양평군민의 15년 숙원사업을 저버리지 않는 것이다.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전제조건없이 백지화 선언을 철회하고 정치인 보다는 장관으로서 수습해 주길 기대해 본다.
dbman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