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장마 패턴 바뀌며 '장마' 표현 '우기'등 대체 검토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장마라더니 반짝 비온뒤 다시 폭염인데, 이제 놀러갈 준비해도 되는 건가요?", "올 여름 장마는 도대체 언제 끝나는 건가요?" 최근 직장인들이 모인 술자리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대화다. 올해 장마는 도대체 언제 끝나는 걸까?
7일 기상청 등에 따르면, 500년 넘게 사용 중인 '장마'라는 표현이 기후변화로 인해 다른 용어로 대체될 전망이다. 기상학계에서도 예전과 달라진 장맛비 형태에 맞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기 위한 논의를 진행중이다.
장마는 1500년대 중반에 나온 '길다'라는 의미의 한자어인 '장(長)'과 비를 의미하는 고유어 '마ㅎ'를 합성한 '댱마ㅎ'를 어원으로 추정한다. 1700년대 후반에는 '쟝마'로 표기하기 시작했고, 일제강점기 이후부터 지금까지 '장마'로 쓰고 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인턴기자 = 수도권 전역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시민들이 우산을 쓰고 이동하고 있다. 기상청은 중부지방에 오늘 밤까지 매우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리는 곳이 있어 피해에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2023.06.29 choipix16@newspim.com |
통상 장마는 6월 하순에서 7월 하순의 여름에 걸쳐서 동아시아에서 습한 공기가 전선을 형성하며 남북으로 오르내리면서 많은 비를 내리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로, 그 시기를 장마철이라 한다. 구우(久雨)라고도 한다.
그랬던 장마가 최근 몇년간 기후변화 여파로 그 패턴이 종잡을 수 없어졌다. 지난해 기상청이 공개한 '장마백서 2022'에 따르면, 장마철을 포함한 여름철 집중호우의 빈도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최근 20년(2001~2020년)의 시간당 30㎜ 이상의 집중호우 빈도가 과거 20년(1970~1990년대) 20% 이상 증가했다.
특히 장마철이 끝난 8월 초에도 많은 비가 내리는 등 2차 우기의 시작이 빨라졌다. 최근(1994~2020년) 8월 초순의 전국 강수량은 95㎜로 과거(1973~1993년)의 63㎜보다 50.8% 증가했다. 작년에도 장마가 끝났다고 믿었던 8월 초에 중부 지방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며 서울 강남 일대가 물에 잠기는 등 전국적으로 큰 피해가 발생했다.
'장마가 끝났다'고 발표한 후 생기는 큰 비 피해를 우려해 기상청도 지난 2008년부터 공식 장마 시작일·종료일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장마가 끝나고 장마에 버금가거나 장마철보다 더 많은 비가 내리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태풍도 마찬가지다.
현재 기상학계에선 기후변화로 장마철이 아닌 여름에 수시로 폭우가 쏟아지면서 장마 대신 '우기(雨期)' 등 다른 표현을 도입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후위기 시대, 장마 표현 적절한가' 토론회에서 장은철 장마특이기상연구센터장(공주대 교수)는 "장마가 종료된 후 소나기 및 국지성 강수가 집중되는 현상이 자주 나타나는 만큼 최근 여름철 강수 발생 과정과 특징이 전통적인 장마의 특성과 부합하는지 추가 연구를 통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학계 일각에서는 아열대성 기후의 특징인 강수가 집중되는 구간을 의미하는 '우기'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있다"고 지적했다.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