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과학적인 언어이자 아름다운 우리말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선 외래어와 외국어 그리고 신조어가 무차별 하게 남용되고 있습니다. 방송과 드라마, 영화, 인터넷과 SNS엔 신조어 등이 넘쳐 납니다. 이에 뉴스핌은 미디어에 쓰인 한글 오남용과 함께 쉬운 우리말을 써야 하는 이유를 풀어 내고자 합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바야흐로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화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MZ세대라 불리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신조어와 은어가 빠른 유행을 타고 소비되는 시대다. 최근엔 지상파 방송과 뉴스에까지 신조어가 진출했다.
새롭게 생겨나고, 더 이상 쓰지 않는 말은 사어가 돼 사라지는 것이 언어의 특징이다. 하지만 신조어와 은어, 어려운 용어의 오·남용은 해당 언어를 알지 못하는 이들을 쉽게 분리시키고 배제시킨다. 특히 공영방송을 비롯해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이 불특정 다수 시청자들을 타깃으로 하는 만큼 신중한 사용이 필요하다.
다른 케이블 방송이나 종편 채널에 비해 지상파 방송 KBS, SBS, MBC는 각별히 '바른말 쓰기'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바른 우리말 사용과 국어 순화를 위해 노력하는 이들 외에도, 방송계 종사자들 역시 무분별한 외래어와 신조어 자막 남용이 세대 분리 등의 문제를 야기한다고 보고 있다.
[자료=게티이미지뱅크] |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발간한 '2021 방송언어 조사자료집'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에 노출된 영어 자막(영문 또는 한글)은 68.2회로 이전보다 매년 10회 이상씩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2020년부터 1년6개월 간 조사된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에선 한 프로그램 당 약 75건의 신조어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무엇보다 방송계 종사자들 역시 순발력과 유머코드를 녹여내야 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보다 정보 전달에 초점을 맞춘 뉴스 보도에서는 더욱 신조어 오·남용은 지양돼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최근 지상파 뉴스들도 오프라인 뿐만 아니라 온라인 이슈와 사건, 사고들을 폭넓게 다루면서 신조어나 커뮤니티 은어들을 그대로 사용하는 일들이 적지 않다. 각 방송사 뉴스가 유튜브 채널이나 SNS를 운영하면서 썸네일에 직관적인 의미 전달을 위해 신조어를 쓰는 경우도 있다.
일각에서는 정보 전달의 효율성을 위해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신조어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정보 소외 계층에게 소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이 경우 신조어의 어원이 분명하고, 그 의미가 적절한지 판단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엔 이견이 없다. 보도국 뿐만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 PD 등 종사자들 역시 "신조어 사용이 문제가 아니라 어디서 온지 출처를 모르고, 출처를 모르고 때로는 비약과 왜곡이 심한 용어를 그대로 사용한다는 것이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방송에 진출한 신조어의 종류도 다양하다. 이제는 전 국민이 익숙해진 '영끌'의 경우도 '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의미의 신조어에서 출발했다. '항마력(抗魔力)' 같은 경우도 모양새는 한자어지만 어른 세대에겐 익숙하지 않았던, 온라인 이용자들이 많이 쓰면서 알려진 단어다. 예능에서는 심지어 '존맛' 같은 비속어 줄임말 표현도 난무한다. 최근 문체부 차관으로 임명된 장미란 전 국가대표 선수를 전하는 뉴스의 유튜브 썸네일에는 '로즈란'이라는 그의 별명이 사용됐다. 부적절한 사례가 딱히 아니어도, 이제는 신조어와 줄임말 사용이 뉴스와 보도에까지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사진=SBS 뉴스 유튜브 채널] |
이와 관련해 SBS 이윤아 아나운서는 "신조어를 모르는 시청자들이 직접 찾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게끔 조그맣게 자막으로 설명이 돼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줄임말 중에서 일부 굉장히 안좋은 어원에서 온 말들이 많아서 지양했으면 하는 생각이 있기는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입에 착 달라붙는 줄임말이 있으면 잘 쓰는 편이라 신조어 사용에 개인적으로 개방적인 편이지만 방송에서는 신조어의 유행을 무조건 따라가는 것이 옳은지, 구성원들도 의견이 조금씩 다르다"면서 "세태가 빨리 변화하는 것보다 방송 현실이 빨리 따라가지 못하는 것들은 조금 안타깝기도 하다. 국어심의회의 회의가 정기적으로 열리는데 신조어나 방송 용어를 통용해 사용하자는 움직임은 꾸준히 있다"고 설명했다.
방송 특성상 효율적 전달과 프로그램의 분량, 특성, 규정에 따라 불가피한 면도 있다. 이 아나운서는 "방송 자막의 크기가 정해져있다. 칸에 맞게 쓰는 규칙이 있어서 줄임말을 쓸 수밖에 없는 경우도 많다. 이 정도는 익숙한데 남들도 알아듣겠거니 하기도 한다. 뉴스에서는 앵커멘트를 통해 줄임말과 신조어의 의미를 최대한 풀어서 말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현실적인 방법을 얘기했다.
[사진=KBS 뉴스 유튜브 채널] |
또 "뉴스나 방송이 요즘엔 유튜브로도 많이 방송이 편집돼서 나가는데 유튜브의 용어는 또 다르다. 우리가 배워야 한다고 보시는 분들도 많다"면서 "뉴스는 어른들도 그렇지만 중2 정도의 수준으로 풀어 얘기하는 것이 원칙이다. 예능은 짧은 순간에 리액션을 해야 하는 경우 성우가 말하는 타이밍에 딱 캐치하는 효과가 있어야 해서 신조어의 유연한 사용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아나운서는 "신조어를 순화하거나 바른말을 사용하자는 캠페인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나운서국에도 작가나 PD가 '이게 맞나요' 하고 물어오는 경우가 많고 부적절한 용어들을 순화하자는 포스터를 방송국 각 층마다 붙이고 지양해달라, 바꿔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면서 현재 국어심의회의 지침을 알리기 위한 캠페인, 미디어 바른말 쓰기 운동 등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