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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신상공개](상) 시행 14년 만에 특별법 가속…제도 손 볼 때 됐다

기사입력 : 2023년07월01일 07:00

최종수정 : 2023년07월03일 08:38

"대상 범죄 확대하고 피고인도 신상공개 해야"
법무부도 중대범죄자 신상공개 확대방안 검토
정유정까지 겨우 47건 공개…'머그샷' 등 보완 목소리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무차별 폭행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계기로 강력범죄자의 신상공개 범위를 확대하자는 여론과 함께 관련법 제정 움직임이 불붙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 가해자에 대한 신상공개 확대 방안을 신속히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정부와 여당은 같은 달 18일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어 특별법 제정을 정부 입법보다 절차가 간소한 의원 입법 형식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가해자 신상공개] 글싣는 순서

1. 시행 14년 만에 특별법 가속…제도 손 볼 때 됐다
2. 끊이지 않는 실효성 논란...해외 사례는
3. 법조계 "명확한 목적·기준으로 신중히 확대"

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중대범죄자의 신상공개를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관련법 제·개정안 총 8건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법무부도 해당 법안들을 포함한 신상공개 확대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06.18 leehs@newspim.com

◆재판 받는 강력범죄 피고인 얼굴도 공개될까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당정협의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포함해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제정안에는 공개 대상을 ▲내란·외환·테러·조직폭력·마약 등 중대범죄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높은 아동 대상 성범죄 ▲여성 등 불특정인이 피해자가 되기 쉬운 묻지마 폭력 등 중대범죄 사건의 피의자 또는 피고인으로 규정했다.

또 실효성 확보를 위해 공개 결정일 30일 이내 모습을 공개하고 필요한 경우 수사기관이 피의자 등의 현재 얼굴을 촬영하는 소위 '머그샷(mugshot)'에 대한 근거 규정도 담았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으로 최근 항소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30대 남성 A씨의 신상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최초 수사 단계에서는 특정강력범죄가 아닌 중상해 혐의만 적용돼 신상공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고 재판에 넘겨진 이후에는 피고인에 대한 신상공개 규정이 없어서다.

이에 한 유튜버와 구의원이 나서 A씨의 신상을 공개해 사적 제재 논란도 일었다. 당정은 이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신상공개 대상이 되는 범죄유형을 추가하고 기소 후 피고인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신상공개 제도는 2010년 개정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근거해 시행되고 있다.

경찰은 내부위원 3명과 외부위원 4명으로 구성되는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통해 신상공개를 결정한다. 신상공개는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 사건일 것,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을 것, 국민의 알 권리 보장 및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 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것, 피의자가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에 해당하지 않을 것 등 4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

◆경찰, 14년 동안 47건 공개…보완 필요 목소리도

신상정보 공개가 엄격한 요건 하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그와 더불어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행 신상공개 제도를 보완하기 위한 '특정범죄에 대한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현행 신상정보 공개 제도를 개선해 수사기관이 원칙적으로 중대범죄 피의자의 신상을 인터넷을 통해 모두 공개하도록 하는 법률을 별도로 제정해 국민의 알 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 예방 효과를 높인다는 취지다.

안 의원이 공개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피의자 신상공개는 도입 이래 최근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정유정까지 14년간 겨우 47건 이뤄졌다. 2010년부터 올해 5월까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는 총 9만8797건 달했지만 신상정보가 공개된 사례는 턱없이 부족한 0.04%에 그쳤다.

[부산=뉴스핌] 남동현 기자 =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정유정(23)이 2일 오전 동래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2023.06.02.

경찰청 인권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신상공개위원회 운영에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장 교수는 "전국 시도청별로 신상공개위원회가 따로 구성돼 있어 공개와 비공개 결정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며 "전국적으로 통합해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신상공개위원회를 열고 제주 유명 음식점 대표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3인조에 대한 신상을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반면 코인 투자 손실로 서울 강남에서 40대 여성을 납치·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경우 일당의 얼굴은 공개됐다.

'머그샷' 규정이 없어 신상공개가 결정되더라도 피의자의 현재 얼굴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는 지적도 계속돼 왔다.

경찰은 2019년 법무부 유권해석에 따라 피의자가 동의한 경우에만 머그샷을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피의자가 동의하지 않아 촬영한 지 오래됐거나 후보정 작업을 거친 증명사진이 공개돼 현재 모습과 차이가 있다. 또 포토라인에서는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 논란이 되곤 한다.

장 교수는 "어려운 여건 하에 신상이 공개됐는데 누가 누군지 알 수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엄격한 요건을 갖춘 경우 머그샷을 포함해 확실하게 신상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shl2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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