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부산 돌려차기 사건에 당정, 신상공개 범위 확대 추진
전문가, 엇갈린 반응...분명한 기준 마련 필요성 공감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온라인 과외 앱으로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한 정유정과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과 관련해 강력범죄자 신상 공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정유정의 경우 최근 모습이 아닌 과거 증명사진이 공개돼 실효성 없다는 비판이 나왔고 부산 돌려차기 사건에서는 가해자 남성이 피의자에서 재판으로 넘어가면서 피고인이 되면서 신상공개 대상에서 제외되며 논란이 됐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정은 지난 18일 중대범죄자에 대한 신상공개를 확대하는 내용의 특별법 제정을 결정했다. 특별법 상에는 피의자로 한정된 신상정보 공개 대상을 기소 이후 피고인으로 확대하고 공개 범위도 ▲내란·외환·테러·조직폭력·마약 등 중대범죄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높은 아동 대상 성범죄 ▲여성 등 불특정인이 피해자가 되기 쉬운 묻지마 폭력 등 범죄자로 한다.
또 실효성 확보를 위해 공개 결정일 30일 이내 모습을 공개하기로 하고 수사기관이 범죄자의 현재 얼굴을 촬영하는 '머그샷' 규정도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 피의자 신상공개는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에서 공개 여부를 결정한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8조2에 근거해 ▲특정강력범죄사건 ▲피의자가 범죄를 범했다고 볼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는 경우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경우 ▲피의자가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를 모두 충족해야 신상이 공개된다.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정유정(23)이 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게다가 개인이 강력범죄자 신상 공개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한 유튜버가 최근 한 유튜버가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하면서 '사적 제재' 논란이 빚어졌다. 여론조사에서는 개인이 강력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을 찬성하는 의견이 높게 나오기도 했다.
최근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강력 범죄자의 신상을 개인이 공개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찬반을 묻는 조사를 진행했는데 '찬성한다'는 응답이 60.1%로 '반대한다'는 응답(30.2%) 보다 2배 가량 많았다.
전문가들은 강력범죄자 신상 공개를 놓고 입장은 엇갈렸다. 강력범죄자에 대해서는 신상 공개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는 반면 신상 공개가 공익적 측면에서 효과가 없고 부작용만 낳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럼에도 현재 강력범죄자 신상공개 기준이 모호하고 신상 공개가 악용될 소지도 있는 만큼 분명한 기준 마련 필요성에는 한목소리를 냈다. 또 개인이 강력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강력범죄에 한해서는 확실한 증거가 나타나지 않는 등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신상 공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개인이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악용의 소지가 있는만큼 통제해야 하고 신상공개 기준도 분명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피의자 신상공개는 공익적 측면에서 알권리와 범죄예방을 목적으로 이뤄지는데 실효성은 없다"면서 "헌법상 대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과 충돌하는데다 피의자 가족이나 이웃이 피해를 보는 문제도 있는만큼 신상공개를 재판에 넘겨진 이후로 엄격히 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rawj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