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피살 경찰관 명예훼손 위자료 청구 기각
법원 "무력행사 미화나 희생자 비난 내용 없어"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이승만 건국대통령 기념사업회와 '제주 4·3 사건' 당시 숨진 함덕지서 경찰관의 유족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재임 당시 추념사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김상우 부장판사)는 29일 이승만 기념사업회와 유족 A씨가 문 전 대통령을 상대로 낸 위자료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라"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주 4.3 추념식에 참석했다. 2021.04.03 [사진=청와대] |
이승만 기념사업회와 A씨는 문 전 대통령이 '제주 4·3 사건 희생자 추념식' 추념사에서 공산세력을 미화하고 진압을 지시한 이승만 전 대통령 및 진압에 동원된 군과 경찰을 살인범으로 매도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 전 대통령을 상대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각 1000만원을 지급하라며 2021년 8월 소송을 제기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각 추념사에 대해 "군경토벌대와 공산무장유격대의 무력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희생당한 제주도민에 대한 추모 및 희생자 유족의 아픔을 보듬어 그 삶과 명예를 회복시키는 일이 국가의 책무임을 확인한 것"이라며 "기념사업회 및 유족과 관련된 사실의 적시가 없어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통령은 2020년 4월 3일 추념사에서 "제주는 해방을 넘어 진정한 독립을 꿈꿨고 분단을 넘어 평화와 통일을 열망했다. 그러나 누구보다 먼저 꿈을 꾸었다는 이유로 제주는 처참한 죽음과 마주했고 통일 정부 수립이라는 간절한 요구는 이념의 덫으로 돌아와 우리를 분열시켰다"라고 발언했다.
또 이듬해 4월 3일 추념사에서는 "완전한 독립을 꿈꾸며 분단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당시 국가권력은 제주도민에게 '빨갱이', '폭동', '반란'의 이름을 뒤집어씌워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죽음으로 몰고 갔다"라고 말했다.
재판부도 문 전 대통령이 추념사에서 기념사업회나 유족과 관련된 사실을 적시하거나 이 전 대통령 및 피해 경찰관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할 정도의 구체적 표현을 한 사실이 없다고 봤다.
이어 "피고의 발언을 공산무장유격대의 무력행사를 미화하거나 지지하고 대한민국 건국의 정당성을 부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없고 피살된 경찰관 등 희생자를 비난하는 내용으로도 해석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들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거나 이승만, 피해 경찰관에 대한 명예감정이나 추모감정을 침해해 그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해 경찰관이나 유족에 대한 모욕적인 내용 내지 사실을 왜곡하는 내용도 없어 인격권이 침해됐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판시했다.
제주 4·3 사건은 1947년 3월 1일 경찰의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1954년 9월까지 남한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한 남조선노동당(남로당) 제주도당의 무장봉기와 미 군정의 강압을 계기로 벌어진 대규모 민중항쟁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약 3만명의 주민이 희생된 사건이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