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제 도입한 41개국 중 19개국 활용
영국, 23세 미만 대상 3.4%~28% 적게 지급
일본, 지역별 업종별 다양…±11% 수준 조정
법정 심의기한 임박…내년 도입하기엔 무리
[세종=뉴스핌] 이수영 기자 = 우리나라가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다르게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한 해외 41개국 중 절반 가량은 이미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구분)적용은 급격한 물가 인상으로 지급 능력에 한계를 느낀 경영계에서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사안이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서도 수십년째 논의하고 있지만, 노사 간 첨예한 이견으로 인해 한동안 잠잠했다가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앞두고 다시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기도 하다.
◆ 최저임금제 적용 41개국 중 46.3% '최저임금 차등'
경영계는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눈 앞에 둔 만큼 사업주의 부담 완화를 위해 최소한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다르게 매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경영계는 해외 주요 선진국에서도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고 있다는 점을 적극 피력하고 있다.
실제로 최임위가 41개국을 대상으로 지난해 2~5월 조사한 '주요 국가의 최저임금제도'를 보면,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는 나라는 총 19개국으로 전체 46.3%를 차지했다(표 참고). 이들 국가는 업종별, 연령별 등 각국마다 기준을 세워 다르게 적용 중이다(아래 표 참고).
예를 들어 독일의 최저임금은 지난해 기준 9.82유로지만, 단체협약을 할 경우 일부 업종은 더 많이 지급하고 있다. 폐기물 처리 및 거리미화 업종의 최저임금을 10.45유로로 책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전문기술 보유자에 대한 독일 최저임금은 더 높은 편이다. 간병 쪽 종사자가 추가 자격을 가지고 있을 시 최저임금은 17.10유로로, 기본 최저임금 대비 74.1%(7.28유로) 더 높았다.
미국에는 연방법에 따라 결정되는 연방의 최저임금과 각 주 또는 시의 조례에 따라 정해지는 지역별 최저임금이 있다.
50개 주 대부분이 주 최저임금을 규정하고 있는데 그 수준은 연방 기준과 같거나 이를 상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지아주와 와이오밍주는 연방 최저임금보다 낮게 적용하고 있으나 모든 경제활동이 해당 주 내에서만 이뤄지는 경우에만 한정했다.
일본의 경우 중앙최저임금심의회가 제시한 목표치를 토대로 각 지방최저임금심의회가 지역별 최저임금을 심의해 산출한다.
올해 일본의 지역별 최저임금은 최고 1072엔(도쿄·오사카 등 대도시)에서 최저 853엔(오키나와·구마모토 등 소도시)으로, 격차가 221엔에 달했다. 평균 최저임금(961엔)과 비교하면 대도시 지역 근로자가 최대 11.6%가량 높은 시급을 받을 때 소도시 지역 근로자는 11.2%가량 낮은 시급을 받는 셈이다.
일본은 업종별로도 최저임금을 다르게 적용한다. 업종별 최저임금은 노사 신청에 따라 지방최저임금심의회가 심의를 걸쳐 결정한다. 다만 지역별 최저임금보다 높은 최저임금을 지급할 때만 허용된다.
최저임금을 평균보다 낮게 주는 국가도 있다. 우리나라가 고려 중인 차등적용도 이같은 '하향' 적용 기준이다.
영국은 23세 미만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최소 3.4%(21~22세)에서 최대 28.1%(16~17세)까지 다르게 지급 중이며, 견습생에게도 최저임금보다 49.4% 낮게 지급한다.
스위스는 농업과 화훼업을 대상으로 최저임금을 26.5% 하향 적용하고 있다.
전국 단일 최저임금이지만 예외 규정을 둔 국가도 있다. 슬로바키아는 노사 협의가 없었을 경우 노동강도별(1~6)로 최저임금을 다르게 지급하는 규정이 있었고, 체코는 8개 직군별로 최저임금 외 보장임금을 추가 지급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사실상 업종별 차등적용이다. 이들은 모두 상향 지급을 기준으로 한다.
이외에도 그리스, 러시아, 벨기에, 멕시코, 브라질, 캐나다, 코스타리카,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중국, 태국, 필리핀, 호주 등이 업종별,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고 있다.
◆ 최저임금 심의기한 임박에…'업종별 차등' 또 무산될듯
우리나라는 최임위에서 업종별 차등적용을 위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사실상 내년 적용은 불가능해 보인다.
최저임금을 심의할 수 있는 법정기한이 2주밖에 남지 않았으나 아직 인상 규모에 대한 논의는 시작도 못 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최임위는 심의 요청을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6월 29일)에 최저임금 수준을 의결한 뒤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최저임금 고시의 법정시한(8월 5일)을 맞추려면 늦어도 7월께는 심의를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이다.
또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한 실태조사 자료가 미흡한 데다, 이마저도 위원들에게 늦게 도착해 심층 논의가 어려운 상황이다.
직전 회의에서 박준식 최임위원장이 노사를 향해 다음 회의까지 최초요구안을 제시해달라고 강조한 만큼, 업종별 차등적용 논의는 더 이상 진전을 보이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임위 한 위원은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을 강조하는 경영계도 상황을 인지했는지 사실상 포기한 상태로 보인다"라며 "특히 규모가 큰 경영계가 추진 동력을 상실하면서 소상공인 목소리만으로는 업종별 차등적용을 실현하기 힘들 듯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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