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마진율에 단기 납품에도 앞다투어 출혈 경쟁
당장 남는 건 없어도 '성장 가능성'에 배팅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군부대 납품 식자재 채널 확대를 둘러싼 급식·식자재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여타 채널 대비 마진이 낮은 편임에도 제 살 깎기식 저가 수주에 앞다투어 나설 정도다. 군납시장이 완전 경쟁입찰 전환을 앞둔 가운데 업체들이 시장 선점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방부는 기존 수의계약으로 이뤄지던 군납 품목을 오는 2025년 완전 경쟁 조달로 전환한다. 지난해 계약물량의 30%을 민간에 열었고 올해는 50%를 경쟁조달로 진행한다. 내년 70%로 확대한 이후 2025년 전면 개방한다는 계획이다.
군부대 납품 시장은 그간 대기업의 진출을 제한했던 시장이다. 부실한 군 급식 문제가 수면에 오르자 시장 개방으로 이어진 것이다. 수년째 저출산 심화로 식수가 줄면서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 골몰하던 급식·식자재업계로서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 셈이다.
공군 3여단 8978부대 조리병들의 모습. [사진=국방부] |
삼성웰스토리, CJ프레시웨이, 아워홈, 풀무원, 현대그린푸드 등 급식·식자재 업체들은 군납 시장이 일부 개방된 지난해 순차적으로 군납 사업에 뛰어들어 올해 수주 경쟁을 본격화 하고 있다. 실제 민간 기업에 개방된 입찰 건마다 유수 식자재 업체들이 총집합해 참여명단에 이름을 올릴 정도다.
이들 업체들은 제 살 깎기식 저가 경쟁도 불사하며 수주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군부대 입찰은 거래 품목의 품질은 고정한 채 가장 낮은 공급가를 제시한 업체가 낙찰되는 구조다. 군이 제시한 품질의 제품을 가장 낮은 가격에 공급하겠다고 나선 업체가 선택받는다. 군납 채널 확대를 위해서는 저가 경쟁이 불가피하다.
낙찰이 되더라도 현재 군부대 납품 수주 기간은 2~3개월에 그친다. 업체로서는 입찰이 되더라도 수익성이 낮고 기간이 짧은 만큼 금액 규모도 낮은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마진율이 1% 남을까 싶은 가격대에도 납품하겠다고 나서는 업체들이 적지 않다"며 "당장 남는 것이 없는 시장이다"라고 말했다.
낮은 수익성에도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이는 이유는 군납 시장의 규모가 상당하고 미래 성장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또 일반 시장 대비 외부 환경에 따른 영향 없이 고정식수를 확보할 수 있다.
관련해 군 급식 식자재 시장 규모는 연간 1조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매일 군 장병 37만명이 2800여개 병영식당에서 3끼 식사를 해결하는 양이다. 여기에 국방부는 지난해 군 장병 1인당 기본급식비를 하루 1만1000원에서 1만3000원으로 올렸다. 내년에는 1만5000원으로 인상할 예정이다.
업체들의 물밑경쟁도 눈에 띈다. 아워홈은 군부대 전문 식자재 전문 브랜드 '오로카(OHROKA)'를 론칭, 본격화 방안 등을 준비하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최근 해군 잠수함사령부, 육군 28사단 등 군부대를 잇따라 방문해 대안육 '베러미트' 제품을 전달했다. 사회적으로 다양성이 인정되고 있는 만큼 향후 군부대 내 식물성 육류 납품 등을 감안한 행보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군납 식자재 시장 경쟁이 더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행 군 부대 입찰의 짧은 수주 기간도 점차 길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식자재 업계 관계자는 "민간 시장에 개방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군에서도 단기 납품을 통해 업체별 테스트를 진행하는 단계로 보인다"며 "경쟁 입찰이 안정되면 수주 기간도 점차 길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