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영국 공영방송 BBC가 비밀리에 인터뷰한 북한 주민들은 식량이 부족해 이웃들이 굶어 죽었다고 알렸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BBC는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의 도움으로 평양과 중국 국경 인근 마을에 거주하는 북한 주민 3명과 인터뷰했다.
평양에 사는 지연(이하 모두 가명)씨는 식량 부족에 이웃 일가족 3명이 집에서 굶어 죽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우리가 물을 주려고 현관문을 두드렸는데 인기척이 없었다"며 "이후 당국이 안에 들어가서 확인해보니 죽어있었다"고 알렸다.
생계가 어려워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죽으려고 산으로 들어가는 사례도 들었다고 지연 씨는 덧붙였다.
[인천=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인천 강화군 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마을 들녘에서 주민들이 모내기를 하고 있다. |
중국 국경 인근에서 거주하는 건설 노동자 찬호 씨는 식량 공급량이 너무 적어 마을 사람 5명이 아사했다고 알렸다.
그는 "처음에는 코로나19로 죽을까봐 무서웠는데 이젠 굶어 죽을 걸 걱정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2600만명 국민을 먹일 충분한 식량을 생산한 적이 없다. 북중 국경마저 지난 2020년 1월부터 폐쇄되면서 중국산 곡물과 비료, 농기계 수입도 중단된 상황이다.
장마당 상인 명숙 씨는 판매 물품의 4분의 3 정도가 중국산 제품인데 이제 물건이 없어 팔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명숙 씨는 다른 장마당 상인들과 마찬가지로 주로 중국에서 밀수해오는 물품들을 판매해왔는데 물건이 없어 팔 수 없게 되면서 제대로 끼니를 먹지 못하고 있다.
한 번은 아이들을 먹이기 위해 자신은 이틀은 굶어야 했다면서 "자다가 죽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인터뷰 내용을 접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래 최악의 식량난 상황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평양의 축전경흥상점에서 북한 주민들이 물건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평양타임스] 2022.10.19 yjlee@newspim.com |
북한 경제학자 피터 워드는 "평범한 중산층 이웃이 굶어 죽는 것은 매우 걱정스럽다"며 "전면적인 사회 붕괴나 대규모 기아는 아직 아니지만 좋지 않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북한 인권침해를 기록하는 비영리 단체 NKDB의 하나 송은 "지난 10~15년간 아사 사례는 드물었다. 북한 역사상 가장 어려웠던 시기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방송이 인터뷰한 주민들은 정부가 지난 3년 동안 주민들의 삶을 더욱 통제하기 위해 처벌 수위를 높였다고 알렸다.
한국 정부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전에는 매년 평균 약 1000명의 북한 주민이 압록강을 건너 중국으로 탈출했지만 명숙 씨는 "이젠 탈출이 불가능하다. 강 근처에 접근만 해도 가혹한 형벌이 기다리기 때문에 지금은 아무도 건너려고 하질 않는다"고 말했다.
찬호 씨도 탈북을 시도했다가 잡혀 처형된 일들을 들었다며 "매일 더 살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한 번의 잘못된 행동으로 처형당할 수 있다. 우리는 이곳에 갇혀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BBC는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식량 위기를 공개적으로 언급할 만큼 상황은 심각하지만 핵 무기 개발을 우선시하고 있고, 주민들 통제는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에 대한 주민들의 충성심이 지난 3년 사이에 떨어진 것 같다고 방송은 전했다. 명숙 씨는 "코로나19 전에 사람들은 김 위원장을 긍정적으로 봤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불만으로 가득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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