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주권 침해, 자본 국외유출 등 부작용 우려...'수요없는 공급' 지적도
"도태되지 않으려면 인프라 준비해야"...규제샌드박스 등 대안 활용 제시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이재명 정부가 '원화 스테이블 코인'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자칫 중앙은행의 통화주권을 침해하고 자본의 국외유출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 등이다. '수요없는 공급'일 가능성도 거론됐다.
26일 오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새정부에게 바라는 금융개혁의 방향과 쟁점' 세미나에서 김태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글로벌 기업의 재무관리, 공급망 결제 등 혁신 활용 잠재력이 기대되고 있지만 무역거래가 달러 기반이 아닌 원화 스테이블 코인으로 대체가능할 것인지는 의구심이 있다"며 "중앙은행의 통화주권을 침해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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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2025.06.26 romeok@newspim.com |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 등 기존 화폐 가치에 대응해 발행되는 가상자산이다. 송금·결제에 복잡한 절차나 수수료가 없고, 해외 이전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특히 국내 디지털 자산 시장이 USDT, USDC 등 달러 연동형 스테이블코인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대안으로 부상했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늘수록 은행의 통화량 관리 역량 및 환율통제력이 약화되는 등 통화정책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해당 수요를 흡수해 통화 다변화를 유도, 시장의 외환 리스크를 완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스테이블코인이 가진 장점이 글로벌 기업의 재무관리, 공급망 결제 등 분야에서 혁신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그러나 실제 제도화 과정을 거쳐 시장에 유통됐을 때 중앙은행의 통화주권 침해, 자본의 국외 유출, 암시장 확대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또 달러가 아닌 원화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수요가 미미하다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김 변호사는 "스테이블코인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까지 고려할 경우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게 맞는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달러와 달리 원화 스테이블 코인의 경우 투자자 수요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또한 "스테이블 코인은 전자화폐와 달리 발행자 시스템을 경유하지 않고 분산원장 상에서 보유자간 직접 금전적 가치를 이동하는 것으로 전자상거래 결제수단으로 활용 시 거래가 취소되더라고 환불이 불가하다는 단점이 있다"고 했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 도입에 앞서 규제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민지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스테이블코인은 중앙통제불가, 자금 추적의 한계성, 비대칭성 등의 특징을 가진다"며 "스테이블 코인 거래에 있어 자금세탁방지의무는 누가 부담하는지 여부가 문제가 되며 기본 가상자산업자에 적용하는 규제를 스테이블 코인에도 적용할지 또는 기존 금융업권과 유사한 규제가 적용되어야 하는지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다만 글로벌 금융 혁신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인프라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필수 금융결제원 차장은 "모뎀으로 통신하던 시절에 넷플릭스 서비스는 불가능했다"며 "스테이블 코인과 연계해 토큰화된 채권, 주식, 펀드 등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모습이 해외에서는 머지않아 빠르게 확산될 조짐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여전히 너무나도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규제 샌드박스 형태로 제한적으로 시도할 필요가 있다"며 "제도 설계에 따라 영향이나 부작용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