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원 설화 등 초반 '우여곡절'에도 안정화
'당정일체' 두고는 의견 분분..."당 역동성 저해"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15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한 지 100일을 맞았다. '비대위 출범' 가능성이 거론되고 최고위원들의 잇따른 설화로 김 대표가 직접 "당대표로서 국민과 당원들께 송구스럽고 매우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며 공개 사과하는 등 출렁였던 취임 한달 차와 달리 당이 안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대표 취임 후 당정 간 소통이 원활해지면서 '일하는 여당'의 모습을 갖췄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대표의 강점으로 꼽히는 '당정일체'가 당내 다양성과 역동성을 저해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김기현호'의 출항은 순탄치 않았다. 3·8 전당대회 과정에서 논란이 된 태영호 전 최고위원의 제주 4·3사건이 북한 김일성 지시로 촉발됐다는 취지의 발언이 전당대회 이후에도 논란이 됐다. 전당대회 직후인 3월 12일에는 김재원 수석 최고위원이 사랑제일교회 예배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공약에 반대를 표하며 비판받았다.
1호 특위로 '민생119'를 야심 차게 출범시켰지만 첫 회의 날인 지난 4월 3일, 조수진 최고위원이 라디오에 출연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운동을 제안해 시대착오적이라는 뭇매를 맞았다.
보수가 강세를 보인 울산지역 4·5 재·보궐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한 것도 민심 이반을 우려하게 했다. 특히 김 대표는 울산에서 4선을 했고 울산시장도 지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최고위원들이 잇단 논란을 빠르게 잠재우지 못해 부정적 여론이 확산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외에도 주 최대 69시간 근로시간 개편, 자녀 수에 따라 증여세 감면을 검토하는 저출산 대책 등 설익은 정책도 집권여당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결국 김 대표는 취임 한 달여 시점인 지난 4월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을 이끌어가는 주요 구성원들이 국민과 당원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언행을 하는 일이 최근 빈번하다"며 "당대표로서 국민과 당원께 송구스럽고 매우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공개 사과했다.
이후 당 중앙윤리위원회가 태영호 전 최고위원과 김재원 최고위원을 회부하고 각각 '당원권 정지 3개월'과 '당원권 정지 1년' 처분을 내리고서야 당내 소란은 누그러들었다.
취임 직후 크고 작은 논란으로 '김기현의 시간'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5선인 주호영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리더십을 평가할 수 없었다. 초기라서 여러 세팅 과정이 있었다"며 "앞으로 더 잘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민영삼 당대표 특별보좌역도 통화에서 "김 대표의 리더십을 구축할 시간이 없었다"는 공통된 의견을 냈다.
김 대표가 안정적으로 논란을 잠재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 보좌역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국정을 이끌어가는 데 여당으로서 뒷받침하자는 확고한 인식이 있었고, 그런 관점에서 당을 단합시켜왔다"며 "그게 가장 큰 공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장예찬 최고위원도 통화에서 "초반에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지난 100일간 당을 안정화시킨 것은 분명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장 최고위원은 "당정협의가 그 어느 때보다 많아졌다"며 '일하는 여당'의 모습을 보여준 것을 잘한 점으로 꼽았다. 그는 "이제 안정화된 국면에서 잦은 당정협의로 민생 성과를 계속해서 내는 게 과제"라며 "일할 수 있는 분위기 자체는 잘 만들었다"고 했다.
김 대표를 비롯한 신임 지도부는 지난 3월 13일 윤석열 대통령과 만찬을 하고 월 2회 회동을 정례화했다. 같은 달 19일에는 첫 고위당정협의회를 개최하는 등 당정 간 소통을 늘렸다.
반면 일사불란한 당정 관계가 오히려 문제라는 목소리도 있다. 당내 다양성과 역동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5선으로 당내 중진인 서병수 의원은 통화에서 "삼권분립이라는 원칙이 있는데, 우리가 집권여당이기 때문에 긴밀하게 협조하고 협력해야 할 건 그래야 하지만, 비판하고 견제할 거는 바로 잡는 모습을 국민들이 보고 싶어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서 의원은 "결국 총선은 당이 치른다.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는 모습을 당이 선도하고 당이 끌고 가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데 대해 많은 사람이 걱정하는 것"이라며 "당에 다양한 사람이 모이고 그런 사람들이 활력 있게 국민에게 메시지를 던지고, 또 국민들이 지지하는 모습으로 당이 나아가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고 쓴소리했다.
서 의원은 지난 11일 페이스북에서도 "요즘 대한민국에서 가장 무력한 집단도, 가장 한가한 집단도 국민의힘이란다"며 "명색이 집권 여당인데 무엇 하나 끌어낸 어젠다가 있던가"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허은아 의원도 지난 1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제는 당정일체론을 파기할 때가 됐다"며 "100% 당원 투표로 시작된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분이 아닌가.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용산과의 거리두기에 실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극한으로 치닫는 야당과의 관계도 풀어야 할 숙제다. 김 대표는 취임 인사차 지난 3월 1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첫 회동을 했지만 이후 현재까지 일대일 회동은 성사되지 않았다.
지난달 26일 TV토론 방식의 정책 대화를 하는 데 양당 대표가 합의했으나 이 대표가 트위터에 김 대표 아들이 암호화폐(코인) 투자사 임원이라는 내용의 보도를 공유하며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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