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연극 '온 더 비트'가 강렬한 드럼 연주, 뛰어난 몰입감의 1인극으로 새로운 몰입감을 선사한다.
연극 '온 더 비트'가 오는 25일까지 대학로 TOM 2관에서 공연 중이다. 이 작품은 자폐를 앓는 학생 아드리앙이 드럼을 통해 자신만의 세상을 만나는 과정을 그려내며 남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존재감을 드럼 연주에 빗대 표현한다.
연극 '온 더 비트'의 한 장면 [사진=프로젝트 그룹 일다] |
◆ 남들과는 조금 다른 주인공이 '드럼'에 푹 빠질 때
연극 '온 더 비트'의 아드리앙은 어느 날 일상생활에서 들려오는 다양한 '리듬'을 발견하고 그 리듬을 통해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의 기호를 해석하게 된다. 드럼을 통해 처음으로 세상과 마주하게 된 아드리앙은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세계를 잃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아버지의 폭력, 호감을 보이는 여학생, 밴드 결성 등을 겪는 주인공의 일상을 1인칭 배우의 시점으로 풀어낸다.
아드리앙 역으로 1인극을 책임지는 강기둥은 맨 얼굴, 맨 머리로 나와 속사포같은 대사를 쏟아내고 모든 상황에 맞춤 연기를 해낸다. 손바닥으로 무릎을 쳐서 리듬을 맞추는 행동부터 극심하게 박자 맞추기에 집착하는 자폐증의 증상을 표현하는데도 어색함이 없다. 그의 대사와 설명으로 아드리앙의 캐릭터, 그의 주변을 이루는 엄마와 아빠의 특성, 돈을 받고 숙제를 해주는 동생에 대한 정보를 관객들은 알게 된다.
연극 '온 더 비트'의 한 장면 [사진=프로젝트 그룹 일다] |
특히 그는 아드리앙이 시시각각 느끼는 감정을 탁월하게 묘사해내며 관객들을 한껏 몰입하게 한다. 처음 드럼을 갖게 됐을 때의 흥분, 폭력적인 아빠를 마주하는 상상을 하면서 느끼는 두려움, 학급에서 다른 친구와 갈등 상황에서 아드리앙의 복잡한 감정들이 강기둥의 표현을 통해 극장에 가득 찬다.
◆ 강렬한 라이브 연주와 '고스트 노트'에 담긴 상징
'온 더 비트'의 가장 1차원적인 재미는 강기둥의 연기와 더불어 짜릿한 라이브 드럼 연주다. 더블 캐스트인 윤나무와 함께 본 공연에서부터 갈고닦아온 드럼 연주 실력을 만날 수 있다. 올드팝, 메탈 등 다양한 곡들을 관객들은 강렬한 사운드로 직관할 수 있다. 평범하고, 또 가끔은 어딘지 모자라게 보이던 아드리앙은 드럼을 칠 때만큼은 카리스마와 열정을 불태운다.
연극 '온 더 비트'의 한 장면 [사진=프로젝트 그룹 일다] |
극중 아드리앙은 '고스트 노트'가 무엇인지 설명한다. 고스트 노트란 관악기에서 실제로는 연주하지 않지만 마치 연주하는 듯이 소리가 들려오는 음을 뜻하며, 드럼 연주에서는 리듬이 있는 음이지만 독립된 음으로 식별되지 않는다. 그런 고스트 노트를 아드리앙은 보고 느낀다. '온 더 비트'의 고스트 노트는 인식되지 않지만 그 자체로 존재하며 연주를 완성하는, 아드리앙과 수많은 지워진 존재에 대한 상징이다. '네가 보여(Je vous vois)'라고 쓰인 이 공연의 한 문장이 바로 이 공연이 올라오고, 사랑받는 이유이자 의미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