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 기자회견 열어
"윤 정부 태도 변화 없으면 언제든 탈퇴"
한노총 경사노위 불참 선언 7년 5개월만
현재 추진 중인 노동개혁도 장기 표류 가능성
[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 한국노총이 대통령 직속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불참을 선언하며 사회적 대화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노정관계가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국노총은 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정부의 법과 원칙은 공권력을 무기로 노동계를 진압해 굴복시키겠다는 말로, 대화가 아니라 협박"이라고 주장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노동자 전체를 적대시하며 탄압으로 일관하는 정권에 대한 전면적인 심판 투쟁에 나설 것"이라면서 "정권의 폭주를 우리 힘으로 멈추지 않으면 제2, 제3의 광양사태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동계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철저히 배제하는 정부를 향해 대화를 구걸하지 않겠다"라며 "정권 심판 투쟁은 끈질기고 집요하게 전개될 것이다. 반드시 끝장을 보겠다"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기자회견 후 탈퇴 시점에 대해 "윤석열 정부의 (노동에 대한) 태도 변화가 없으면 언제든 탈퇴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경사노위 대화 복귀 조건과 관련해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진심으로 노동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면서 "말로만 존중하는게 아니라 어려운 노동자의 삶을 돌보겠다는 진정성이 우러나오면 복귀하겠다"고 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속단해서 얘기할 수는 없지만 그 방향(대정부 투쟁)으로 한국노총도 방향을 상당히 틀었다"며 "최저임금 투쟁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같이 저희도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윤석열정권 심판 투쟁선언 한국노총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6.08 pangbin@newspim.com |
한국노총은 지난달 31일 금속노련 김준영 사무처장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과잉 진압을 문제 삼아 전날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경사노위 참여 전면 중단을 결정했다.
한국노총이 경사노위 불참을 선언한 것은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6년 1월 저성과자 해고 요건을 정비하고 취업규칙 변경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양대 지침 추진에 반발해 경사노위 전신인 노사정위 불참을 선언한 이후 7년 5개월 만이다.
문제는 한국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하는 사실상 유일한 노동계 대표라는 점이다. 양대노총 중 하나인 민주노총은 1999년 경사노위 전신인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한 이후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꽉 막힌 노정관계를 풀어나갈 노사정 대화 창구마저 막히면서 현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개혁도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개혁의 직접 이해관계 집단인 노동계가 대화 자체를 전면 거부하면 정부 정책추진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근로시간제 개편, 임금 이중구조 개선 등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 정책들이 이미 마찰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산적한 과제를 노동계 협조 없이 일방적으로 풀어나가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노총의 참여 중단 결정에 경사노위는 "한국노총의 결정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며 "한국노총의 입장은 존중하지만, 산적한 노동개혁 과제 해결을 위해 대화에 다시 나서주길 희망한다. 이른 시일 내에 노사정 대화가 새롭게 시작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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