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물가 더딘 둔화·美 금리 결정 불확실성 꼽아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 선 그어
내년까지 연체율 상승 예상…"금융위기 가능성 낮아"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한은) 총재는 기준금리가 3.75%까지 오를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지난 2월부터 기준금리 3.50%를 유지하고 있으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수준에 따라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수 있다는 신호를 준 것이다.
이창용 총재는 25일 서울 중구에 있는 한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통방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원 6명 모두가 최종금리를 3.75%로 가져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어 "근원물가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 인상을 중단할지 계속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금통위원들이 아직까지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을 선호했다"고 부연했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5.25 photo@newspim.com |
기준금리 연내 인하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이전에 시장에서 연내 인하에 대해서 반응하고 있는 정도는 과도하다고 말한 바 있다"며 "기준금리를 300bp(1bp=0.01%포인트) 이상 올린 게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고 미 연준 금리 결정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성급하게 결정하기보다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물가가 확실하게 2% 목표 수준으로 수렴한다는 증거가 있기 전까지는 인하 시기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한국과 미국 간 금리 격차로 원/달러 환율이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는 과하다고 일축했다. 이날 한은이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하며 한·미 금리 격차는 1.75%포인트를 유지했다. 미국 금리는 5.00~5.25%다.
하지만 한·미 금리 차이는 더 벌어질 수 있는 여건이다. 미국 연준은 현지시각으로 오는 6월13일부터 14일까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고 금리 인상 여부를 논의한다. 반면 한은은 오는 6월 금통위 통방회의를 열지 않는다.
이 총재는 "금리 격차가 환율을 결정한다는 프레임에서 벗어나달라"며 "경험적으로 이자율 격차가 커졌는데도 미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시그널을 주면서 몇 주 동안 환율이 내렸다"고 설명했다.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1.4%로 내린 요인으로 IT·반도체 경기와 중국을 꼽았다.
이 총재는 "IT와 반도체 경기 회복이 생각보다 연기되고 있다"며 "중국 경제가 회복되는 속도도 생각보다 느리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2023.05.25 ace@newspim.com |
은행과 저축은행 등 금융권 연체율 상승이 내년 초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이 총재는 예상했다. 다만 연체율 상승이 금융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다소 낮게 봤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더 올리지 않고 현재 수준을 상당 기간 유지한다면 연체율은 내년 초 정도까지 오를 것"이라면서도 "과거 연체율에 비해서 낮은 수준이고 금융기관 손실 흡수 가능성, 적립금이나 대손충당금을 볼 때 연체율로 인해 큰 위기 올 것으로 생각하지 않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총재는 "다만 연체율로 인해 소수 기관 또는 취약계층이 어려움을 볼 수 있다"며 "타깃해서 어떻게 지원할지를 재정 당국과 노력해서 대응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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