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열린송현 녹지공원이 110년 만에 국민에게 개방됐다. 일단 임시 개방이다. 2024년부터 부분 폐쇄되고 2025년부터 국립 이건희기증관(가칭)이 세워지기 이전까지는 국민의 쉼터로 활용된다.
녹지공원을 막고 4m 높이의 돌담은 무릎 정도 높이로 낮아졌다. 국민에게 돌아온 열린송현 녹지공원은 도심에서 웃음이 넘쳐나는 공간이 되었다. 한 세기 넘게 막힌 벽이 허물어지자 서울광장의 약 3배 규모의 녹지대가 나타났다.
문화부 이현경 기자 |
열린송현 녹지공원은 광화문이나 안국동 인근 직장인들에게는 점심시간에 커피 한잔 들고 가볍게 산책할 수 있는 여유를 주고, 갤러리와 미술관 그리고 박물관으로 향하는 관람객에도 들려야 할 필수 코스이자 포토존으로 자리잡았다. 서울로 관광하러 온 외국인에게도 자연과 도심이 어우러진 녹지공원은 인상적인 장소다.
열린송현 녹지공원 부지는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가치가 있는 곳이지만 일반 백성이나 시민에게는 닫힌 공간일뿐이었다. 역사적으로는 '송현'이라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조선시대에는 경복궁의 소나무 구릉지었다. 일제시대에는 친일반민족행위자 윤덕영 일가의 집으로 넘어갔다가 해방 후 40년간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로 활용됐다.
그리고 기업에서도 사업을 위한 부지로도 눈여겨 본 곳이다. 1997년 삼성생명이 1400억원에 매입해 미술관 건립을 추진했다가 무산됐고, 2008년 대한항공이 2900억원에 매입해 한옥호텔과 문화체험공간 사업을 추진하다 중단됐다. 2019년 대한항공이 자금난 등을 이유로 부지 매각 의사를 보여 서울시가 매입했다. 서울시는 이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사용할 예정이었으나 문체부가 2021년 11월 이건희기증관 건립 부지로 이곳 송현동 부지(9787㎡, 2960평)를 매입해 소유권을 갖게됐다.
문화 인프라와의 접근성을 고려한 이건희기증관의 부지 결정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경복궁 일대인 삼청동과 북촌은 미술관, 박물관, 갤러리의 행렬이다. 도보 10분 거리에 미술과 문화재를 볼 수 있는 기관들이 밀집돼 있어 관람객과 컬렉터, 관광객들이 많은 곳이다. 하지만 경복궁 복원으로 외국인이 많이 찾는 국립민속박물관은 세종으로 이전을 준비하면서 이건희기증관은 서울 한복판에 세우려는 이유는 의문이다. '이건희'의 명성으로 더욱 빛이 난 '이건희컬렉션'이 아닌가. 2년 전 이건희기증관 설립이 송현동으로 결정됐을 때 지역에서도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인구 소멸로 지역의 위기를 감지한 이번 정부가 이건희기증관을 통한 지역 살리기 전략에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 영국의 리전트 공원 등 빌딩 숲이 가득한 도심 한 복판에 위치한 대규모 공원이다. 도시에서 녹지, 공원의 기능은 시민들이 현재도 느끼고 있듯 매우 중요하다. 많은 시간을 일터에서 보내는 시민들에게 자연을 느낄 수 있는 휴식처이자 편의시설 역할을 한다. 서울시가 대한항공 소유인 일부 부지에 대한 소유권을 갖고 있어 송현 공원은 유지될 전망이다. 하지만 도시인들에게 녹지 심터와 자연경관이 없어지는 점은 다소 아쉽다.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 열린송현 녹지광장은 문체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개최하는'공예주간'의 행사로 공예마켓이 열려 공예품을 사고 파는 시민들로 붐빌 예정이다. 한켠에는 오는 9월 개막하는 '제4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주제관이자 전망대인 '하늘소(所)'가 설치돼 서울 도심의 모습과 자연 경관을 볼 수 있게 됐다. 약 2년간은 시민의 쉼터로 유용하게 쓰일 예정이다. 그리고 다시 2년은 시민의 쉼터가 일부 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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