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부진·소송전 부담 느껴"
[서울=뉴스핌] 홍우리 기자 = 중국 스마트폰 업체 오포(OPPO)가 독일 시장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독일 시장 판매가 부진한 것과 노키아와의 소송전에 부담을 느꼈다는 분석이다.
중국 매체 난팡두스바오(南方都市報)는 오포가 독일 공식 홈페이지에 소개했던 상품 정보를 전부 삭제했다고 16일 보도했다. 홈페이지에는 UEFA 챔피언스리그와의 협력 내용만 남아 있고, 리노(Reno)8 시리즈와 파인드(Find) N2 플립 등 일부 제품은 더 이상 독일에서 판매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안내돼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오포는 2020년 5월 독일 뒤셀도르프에 서유럽 본부를 세웠다. 당시 오포는 서유럽 본부를 통해 지역 자원을 통합하고 현지 맞춤화 경영 수준을 끌어올림으로써 더욱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독일에 서유럽권 본부를 설립한 뒤 오포의 현지 시장 점유율은 빠르게 높아졌다.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Canalys)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오포는 독일에서 판매량을 전년 동기 대비 415% 늘리며 유럽 스마트폰 시장 5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호시절은 길지 않았다. 노키아와의 소송전이 불거지며 독일을 포함한 유럽 시장에서의 지속 발전에 장애물이 됐다.
2022년 7월 독일 만하임 지방법원은 노키아가 오포를 상대로 낸 특허 침해 소송에서 노키아의 손을 들어줬다. 두 회사는 지난 2018년 11월 4G 특허에 관해 협약을 맺었으나 5세대 이동통신 기술에 관해서는 제대로 된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었다. 노키아는 결국 2021년부터 오포 스마트폰이 판매되는 유럽 전역과 중동, 동남아 등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만하임 지방법원의 판결에도 노키아가 제시한 라이선스 계약 갱신 중재안을 오포가 받아들이지 않자 노키아는 즉각 관련 기술이 적용된 오포 스마트폰의 독일 내 판매금지를 법원에 요청한 바 있다.
업계는 오포가 독일 시장에서의 철수 수순에 돌입한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독일 뿐만 아니라 프랑스에서도 대리점 재고 소진에 주력하며 신제품 출시 계획을 밝히지 않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유럽 내 판매 부진도 독일 등 시장 철수 전망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 리서치가 발표한 올해 1분기 유럽 스마트폰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유럽 시장 스마트폰 출하량은 3800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오포는 유럽 시장 출하량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1분기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47% 급감하면서 직전 분기(43%)보다 감소폭이 커진 것이다.
1분기 기준 오포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4%를 나타냈다. 지난해 1분기의 6% 대비 2%p, 직전 분기(5%) 대비로는 1%p 감소한 것으로, 점유율 순위 4위를 차지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오포(OPPO)가 2022년 3월 13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신제품 발표회에서 리노(Reno)7 시리즈를 공개했다. [사진=신화사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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