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프로야구] 떠난 수베로 한화 감독, 어떤 씨앗을 뿌렸을까

기사입력 : 2023년05월16일 10:12

최종수정 : 2023년05월16일 10:21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내 역할은 묵묵히 씨앗을 심는 것이었다."

지난 13일 카를로스 수베로(51·베네수엘라) 전 한화 감독이 한국을 떠나며 남긴 말이다. 갑자기 수베로 감독을 떠나보낸 일부 팬들은 15일 한화빌딩 앞에서 트럭 2대를 동원해 프런트 규탄 시위를 벌였다. 한화의 젊은 선수들은 눈물로 수베로 감독을 떠나보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한화구단 부임 당시 수베로 감독. [사진 = 한화]

지난 11일 한화가 삼성을 상대로 올 시즌 첫 완봉승을 거두던 날 전격 경질이 통보돼 충격이 더욱 컸다. 다음 날 한화는 SSG 원정경기에 5대2로 승리해 3연승을 달렸다. 9회 등판해 승리를 지킨 루키 김서현은 마운드에 올라오자마자 맨손으로 '3'과 '70'으로 보이는 숫자를 써 보였다. 수베로의 등번호가 3번, 함께 떠난 호세 로사도 투수코치의 등번호가 70번이었다. 이날 홈런을 친 노시환은 "선배님들은 감독 교체의 경험이 많았겠지만 우리 같은 어린 선수는 조금 당황스럽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2021년 시즌을 앞두고 한화는 '육성 전문가'인 수베로 감독에게 팀의 전면 리빌딩을 맡겼다. 2021년 한화의 승률은 0.371이었다. 하지만 지난해엔 오히려 더 떨어진 0.324였다. 올해 4월에도 고전했다. 한화는 수베로 감독체제 1, 2년차에 뿌려진 씨앗이 3년차엔 결실을 맺길 원했지만 뜻대로 되질 않았다. '승리'라는 결실이 늦어지자 한화는 일찍 '헤어질 결심'을 하게 됐다.

최원호 신임 감독의 취임 인터뷰에서 구단측 불만의 일단이 드러난다. 최 감독은 "이기는 야구를 해달라고 주문을 받은 것은 아니다"면서도 "내년부터는 이기는 야구를 하기 위해 올해는 이길 수 있는 셋업을 할 필요가 있다는 말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구단은 수베로 감독의 방식으로는 패배가 더 익숙한 팀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어 그는 "임무가 분명한 투수 기용이나 투수의 동의를 얻지 않은 시프트를 하지 않겠다"며 "이전엔 선수들에게 맡기는 게 90%였다면 이젠 벤치가 작전이나 선수 교체 등에 10~20% 이상은 개입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구단측은 못 이기는 야구, 임무 불분명한 필승조, 무분별한 시프트, 작전을 방임하는 경기 운영을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다면 한화의 미래를 위해 수베로는 2년여 동안 과연 어떤 씨앗을 뿌렸을까. 한화의 공격력은 현재 팀 타율 0.231(10위), 팀 출루율 0.313(10위), 팀 장타율 0.322(10위)로 저조하다. 하지만 5월 들어 봄바람을 타고 상승세다. 최근 10경기에서 6승 3패 1무로 10개구단 중 4위다. 이런 상승 반전은 수베로가 길러낸 유망주들 이끌었다. 노시환은 타율 0.346(4위), 47안타(4위), 8홈런(2위), 출루율 0.418(5위) OPS 1.021(1위) WAR 2.19(1위)로 타선의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수베로의 간택을 받아 지난해 1군에서 타율 0.261에 16홈런을 터뜨리며 신인왕 후보까지 오른 김인환도 기대를 모은다.

한화 공격력을 이끄는 노시환. [사진 = 한화]

마운드에선 젊은피의 두각이 더욱 뚜렷하다. 지난해 한화의 팀 평균자책점은 4.83으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였다. 그러나 올해는 3.95(7위)로 올랐다. 젊은 강속구 투수들이 대거 등장했다. 노장 선수들의 구속은 계속 하락했지만 150㎞ 이상을 던질 수 있는 국내 선수가 가장 많은 팀으로 환골탈태했다. 문동주와 김서현은 올해 리그에서 평균 구속이 가장 빠른 선수다. 최고 150㎞대를 기록한 선수를 5명이나 더 보유하고 있다. 최고 155.3㎞를 뿌리는 한승혁을 비롯해 남지민, 박상원, 윤산흠, 김범수 등 모두 140㎞ 후반에 가까운 평균 구속을 가지고 있다. 강속구 투수들이 늘어나 팀 마운드가 지난 2년에 비해 탄탄해졌다. '강속구 영건 발굴'이라는 씨앗이 장차 마운드에서 '이기는 야구'라는 결실로 맺어지리라 기대할 만하다.

한화 마운드의 강속구 영건중 한 명인 김서현. [사진 = 한화]

수베로 감독은 승리가 급한 상황에서도 원칙을 깨면서 선수를 당겨쓰지 않았다고 한다. 투수들을 혹사시키지 않고 젊고 잠재력 있는 선수들에게 고르게 기회를 주며 가능성을 봤다. 올 시즌 전에도 "계약 마지막 해이지만 선수 미래를 위해 보호하고 관리하는 원칙은 바뀌지 않는다. 모든 결정은 한화 미래를 위해 할 것이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승리하는' 한화를 보지 못하고 떠나는 수베로는 아쉬움이 클 것이다.

고국으로 떠나는 날 공항에서 그는 "내 역할은 묵묵히 씨앗을 심는 것이었다. 외부 압박에 흔들리지 않고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마친 것에 감사하다"며 "정말 많은 선수들을 아들처럼 대했다. 여러 팀을 감독하면서 많은 이별이 있었지만 이번만큼 마음이 아프진 않았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이어 "한화 팬들의 진심어린 사랑을 잊지 못할 것이다. 장담하는데 앞으로 한화는 좋은 팀이 될 것이다. 한화 팬들이 웃을 날이 머지 않았다. 끝까지 한화를 응원해달라"고 덧붙이고 밝게 웃으며 떠났다.

psoq1337@newspim.com

CES 2025 참관단 모집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법원, 연세대 논술 시험 효력 정지 인용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연세대학교 논술 시험 문제 유출 논란과 관련해 법원이 수험생들의 손을 들었다. 서울서부지법 제21민사부(부장판사 전보성)는 15일 수험생 18명 등 총 34명이 연세대를 상대로 제기한 논술 시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2025학년도 연세대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 도중 한 고사장에서 시험지가 일찍 배부돼 문제 사전 유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의 모습. [사진=뉴스핌DB]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해당 전형은 집단 소송 결과가 확정되기 전까지 입시 절차가 중단된다. 이번 결정으로 논란을 빚은 연세대 수시모집 자연 계열 논술 시험은 본안 소송의 판결 선고가 이어질 때까지 합격자 발표 등 그 후속 절차의 진행이 중지될 전망이다. 연세대 논술 시험 문제 유출 논란은 감독관의 실수로 시험지가 1시간 일찍 배부되며 불거졌다. 감독관은 뒤늦게 시험지를 회수했지만 이 과정에서 수험생이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자연 계열 시험 문제지와 인문 계열 시험의 연습 답안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됐다. 시험 도중에 문항 오류도 발견돼 시험 시간도 연장됐다. 앞서 수험생들과 학부모는 연세대를 상대로 논술 시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서울서부지법에 지난달 21일 접수해 같은 달 29일 첫 재판을 진행했다. aaa22@newspim.com 2024-11-15 15:03
사진
김승연 회장, 한화에어로 회장 취임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그룹 내 방산사업을 직접 챙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자사 회장으로 신규 선임했다고 14일 공시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가운데 오른쪽)과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사업장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로써 김 회장은 ㈜한화, 한화솔루션, 한화시스템, 한화비전에 이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까지 총 5곳의 회장직을 겸하게 됐다. 김승연 회장의 합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러브콜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7일(한국시각) 윤석열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세계적인 한국의 군함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며 "선박 수출뿐 아니라 보수, 수리, 정비 분야에서도 양국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국내 방산기업들은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중심으로 미국 시장 진출 기대감이 커졌다.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한화시스템 등 방산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한화오션은 특히 지난 6월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 인수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대표적 인맥으로 꼽힌다. 김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측근 중 한 명인 에드윈 퓰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설립자와 40년째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방산, 우주항공 등 글로벌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한 것"이라며 "미국 신정부 출범 등 대외 경제환경 변화 속에서 김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ykim@newspim.com 2024-11-14 16:46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