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도매상 등에 할인 허용...업계선 실효성 의구심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식당과 주점에서 판매하는 외식 소주·맥주가 병당 6000을 넘나드는 등 부담이 심화되자 정부가 주류 판매 제도 개선책을 꺼내들었다. 기존 주류 도매업자에 적용된 '할인판매 금지 규정'을 완화해 각종 할인 거래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현금 리베이트는 막되 주점과 식당에 제품 할인, 경품 지급 등을 가능케 하고 이를 통해 외식 소주, 맥주의 소비자 가격 인하 효과를 이루겠다는 것이 주요 취지다.
당초 정부는 업계 의견을 취합해 이달 말 '주류 할인 가이드라인'을 공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예상대비 가이드라인 마련은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 뿐 아니라 구체적인 할인 제공 기준 명시 등 업계 요구가 잇따라서다.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2023.04.25 romeok@newspim.com |
현행 주류 면허법은 주류도매업자가 소매점에 할인해주는 모든 행위를 금하고 있다. 지난해 말 주류 관련 법안 내 관련 고시가 폐지되면서 올해부터 주류 거래 관련 모든 종류의 할인이 전면 금지됐기 때문이다. 그간 와인 등 수입주류에만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주류 할인행위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정부가 준비하는 이번 주류 가이드라인은 앞선 고시 폐지와 관련한 후속 문제에 대한 대안책 마련의 일환이다. 기존 법안 보완에서 나아가 외식 소주·맥주의 가격 인하 등 기대효과를 거론하며 할인 허용 폭을 넓히겠다고 제시한 점이 특징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외식업계의 불만이 높다. 도매업체들의 할인 예상 폭 대비 소비자들의 주류 가격 인하 기대가 높아져서다. 오히려 해당 제도로 주류 물가 상승 부담을 음식점과 주점이 떠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또 할인이 허용되더라도 독과점 체제가 형성된 도매업체들에 대한 가격경쟁 유발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시각도 있다.
도매가격이 낮아지더라도 소비자가격 인하 효과를 얻기는 무리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관련해 외식 주류는 유통단계를 거치면서 가격이 뛰는 구조다. 일례로 세금이 포함된 소주 1병당 1200원대에 출고되면 주류도매업체는 30~40%가량의 마진을 붙여 1500~1600원대에 제품을 납품한다. 음식점과 주점에서는 여기에 임대료, 인건비, 식자재 등 물가 부담을 술값에 전가해 5000~6000원 가량의 가격으로 판매한다. 제도만으로 가격 인상을 막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설상가상 주류업체에선 캔맥주 묶음 상품의 용량을 축소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는 이달 초 대형마트와 편의점에 납품하는 묶음 상품 용량을 각각 370mL, 365mL로 조정했다. 이들 업체들은 정부의 압박에 따라 가격 동결을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용량을 줄여 사실상 가격 인상 효과를 꾀한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물가가 무섭게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세제 혜택 없이 자율경쟁을 통해 가격 인하를 기대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물가 억제책에 대한 기대효과를 과도하게 부풀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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