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말 다른 해석 '권고'와 '강제'
독성소독제 강제물질로 방역해야 '보건소 방역소독증명서' 발급
정부는 환경부(과학원)를 통해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유해생물의 제거 등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살생물물질과 제품의 제조 및 판매를 승인하는 권한이 있다. 환경부는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살생물물질에 대한 흡입·경구·피부·눈 등의 안전성을 확인하고 유해성을 고려해 살생물물질에 대한 승인을 지정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하지만 환경부는 이관된 약사법에 따라 식약처로부터 이관 받은 후 2019년 6월부터 4급암모늄화합물 등을 비롯한 5대 독성물질(염소화합물, 알코올, 4급암모늄화합물, 과산화물, 페놀류화합물)을 '승인물질 또는 승인유예물질'로 근거없이 지정하고 이에 대해 전국 지자체 등 공공기관의 공공방역에 사용을 강제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해하는 불법논란의 중심에 있다. 이에 뉴스핌은 이번 보도를 통해 이를 바로잡고 국민의 안전과 알권리를 충족시키고자 한다.
[독성소독제Ⅱ] 글싣는 순서
① 환경부, 살균물질 48종 승인...'가습기살균제' 재조명
② "뿌리지 말고 닦아"...'권고'가 집단감염 확산 원인?
③ 살균소독제, '승인·신고' '강제·권고' 모두 거꾸로...왜?
④ 정부, 코로나 터지자 지켰던 건...'5대 독성물질?'
⑤ '물방역' 실태...독성과 사재기가 집단감염 부추겨
⑥ '승인·신고 구분' 누가 결정했나...제도개선 절실
[수원=뉴스핌] 노호근 기자 =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던 2021년 6월, 정부와 방역당국은 소독제의 분무·분사를 금지하고 표면을 닦을 것을 권장했다. 그러나 '권고·권장'과 같이 소극적 조치가 오히려 집단감염을 부추겼고 논란이 된 독성소독제는 아직도 뿌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시 방역당국은 보도자료 등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소독할 때 소독제를 뿌리지 말고 천이나 종이에 묻혀 닦는 표면소독이 효과적이라고 권고·권장했다.
또 "실내공간은 손이 많이 가는 문고리나 표면, 탁자 등을 소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사람들과의 접촉이 많은 표면을 알코올이나 가정용 락스(차아염소산나트륨) 같은 소독제를 희석시킨 뒤 천에 적셔 표면을 깨끗이 닦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전문가 일각에서는 바이러스가 극성을 부린 당시 '권고·권장'과 같은 소극적 조치는 오히려 감염을 확산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었다며 이를 지적했다.
소독제 관련 WHO 관련 자료.[사진=뉴스핌DB] |
◆ 같은 말 다른 해석 '권고'와 '강제'
코로나19 발생 초기, 확산이 거세지자 방역당국은 수 개월간 방역용으로 뿌리던 살균소독제를 뿌리지 말고 닦을 것을 권고했다. 그 이유로 WHO(세계보건기구)와 EPA(美, 환경보호청) 등의 보도를 인용하며 분무·분사는 바이러스 제거에 효과가 없고 인체에 유해하다며 그 이유를 들었다.
우리 정부와 달리 미국, 유럽 국가들은 EPA, ECDC, CDC 등의 관련 자료들을 인용해 먼저 5대 독성물질로 만든 독성소독제에 대한 사용을 금지하며 강제하고 있고 이에 대한 사용법이 나와 있는 안내에 대해 가이드로 안내 지침서로 소개하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5대 독성물질이 '안전성과 성능'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로 독성물질이므로 PPE(안전장비.Personal protective equipment)를 갖춰야 하고 인체에 절대 접촉해서는 안되고 흡입해서도 안되는 '비접촉·비흡입'을 해야 하는 강제사항을 경고 하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는 독성물질에 대한 사용을 단순히 피부에 노출시키지 말고 뿌리지 말고 이를 닦아내는 정도로 사용을 권고 또는 권장하는 정도를 현재까지도 유지하고 있다.
미국환경보호청(EPA)과 EPA 흡입독성 관련 자료.[자료=뉴스핌DB] |
특히 우리 정부는 '안전성'에 대한 해석도 달랐다.
환경부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공공방역에 사용된 '5대 독성물질'을 두고 호흡독성 등 안전성 논란이 제기되자 '면제대상' 주장을 하지만 근거로 제시된 EPA(미국환경보호청) 영문자료에서는 환경부 주장과 달리 오히려 맹독성으로 '비인체.비흡입'을 조건으로 강제하고 있고 사용처와 복장까지 특정하고 있어 환경부의 거짓말 논란이 된 바 있다.
지난 2월 환경부 장관의 국회 업무보고 당시 공공방역에 강제하고 있는 5대 독성물질에 대해 장관은 '면제 대상'이라는 주장을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미국, 유럽, 일본 등이 기준으로 하고 있는 EPA(미국환경보호청.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등의 영문 원본 번역본을 통해 환경부와 과학원의 주장은 'Not Required'에 대한 오역으로 보통 '요구되지 않는다' '~을 필요하지 않다'는 표현으로 이를 안전성 실험을 요구하지 않거나 필요치 않다고 오역을 한 바 있다.
여기에서 'Not Required'는 독성이 높은 위험물질이니 안전성 실험에 대해 '~을 요구되지 않는다' '~을 필요하지 않다'로 독성이 강함을 강조하는 표현이다.
OECD 등 대부분의 국가들은 5대 독성물질에 대한 사용은 이를 강제하지 않고 가이드나 안내 지침 정도로만 활용하라는 내용이다.
방역소독제로 사용되는 염소화합물 등 5대물질.[자료=환경부] |
◆ 독성소독제 강제물질로 방역해야 '보건소 방역소독증명서' 발급
코로나19 초기부터 환경부와 중대본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즈-19 대응 집단시설·다중이용시설 소독 안내' 지침에 따라 염소화합물 등 5대물질만 다중이용시설인 공공방역에 사용하도록 강제했다.
더 큰 문제는 국내 '감염병예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환경부가 정한 소독방역제로 소독을 실시해 전국 보건소로부터 소독증명서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강제했다.
방역업체로서는 정부가 승인물질로 강제하고 있는 5대 독성물질의 제품으로 다중이용시설의 공공방역을 해야 해당 보건소의 '방역소독증'을 받을 수 있고 이를 제출해야 용역 비용을 받을 수 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독성이 강하지만 방역업체들은 어쩔 수 없이 5대 독성물질인 승인물질을 사용할 수밖에 없고 WHO, EPA 등 해외 특정 기구들에서 주의를 강제하는 '비인체·비접촉'을 지킬 수 없는 구조다.
국내 방역 환경으로는 해외 특정기구들과 반대로 5대 독성물질을 필히 사용해야 하고 인체가 접촉할 수밖에 없으며 호흡 할 수 밖에 없는 밀폐된 다중이용시설에 강제해 사용되고 있다.
특히 이들 5대 독성물질이 '안전성과 성능'이 확보되지 않은 맹독성물질이므로 요양원과 병원과 같은 다중이용시설에는 매일같이 방역활동을 해야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는 PPE(개인안전장비)를 갖춘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방역업체 종사자는 마스크가 전부인 상황이다.
지난해 9월 경기도의회가 주최한 독성소독제 대책 마련 토론회 중 자유토론으로 청중과 토론자와의 대화가 오가던 중 한 방역업체는 주최측인 경기도의회를 향해 어려움을 호소했다.
"환경부가 지침대로만 소독을 하라네요. 몸이 편치 않은 근로장애인들 데리고 방역 현장에서 마스크에 방역복을 겹겹이 입고 소독을 하는데도 (소독을)마치고 나면 정말이지 가슴이 쪼개지는것 같아요. 힘들죠"
이 청중은 이어 "(발제자)교수님이 소독제 위험성을 강조할 때 사실 울컥했습니다"라며 "전국 10만 방역업체들이 그 독한 환경부 승인물질(염소화합물 등 5대물질)을 가지고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현장에 가면 사람들은 '더 쎄게 뿌려달라'고 합니다. 그러면 망설이게 되지만 결국 해주게 되죠. 그러면 가슴 통증은 더 심해집니다"라고 덧붙였다.
당시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하루 하루가 살얼음을 걷는 것 같다. 독성소독제가 환경부 지침으로 강요되고 있어서 현장에서는 아주 심각하다"라며 "환경부 승인물질(5대 독성물질)만 사용토록 하는 공문을 강요해와 늘 고민스럽다"고 밝혔다.
serar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