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질환치료제 상대적으로 시장점유율 낮아
환자들 보수적 선택 때문…평생 맞는 약 고수
업계에선 "바이오시밀러 개발,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면역질환(Immunology) 바이오시밀러가 항암치료제 바이오시밀러에 비해 미국 의약품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환자들이 기존 오리지널 약물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시장성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21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발간한 '2023 바이오시밀러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항암치료제 '트라스투주맙'과 '베바시주맙' 바이오시밀러의 미국시장 점유율이 84%에 달한다고 밝혔다. 첫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된 지 3년 만에 바이오시밀러의 위상이 오리지널보다 더 높아진 셈이다. 트라스투주맙은 유방암과 위암에, 베바시주맙은 전이성 암 및 비소세포폐암 등에 효능을 가진다.
반면 자가면역치료제 '인플릭시맙' 바이오시밀러는 10분기(약 2년 6개월)가 지났음에도 8%의 점유율에 그쳤다. 25분기(약 6년)가 지난 후에도 인플릭시맙 바이오시밀러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4%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인플릭시맙은 일반적으로 림프종, 백혈병, 류마티스관절염 등에 효과를 보인다.
미국에서 바이오시밀러 시장점유율을 설명하는 그래프. 트라스투주맙과 베바시주맙 바이오시밀러는 시장점유율이 80%를 넘기며 시장을 공격적으로 확장했으나 인플릭시맙은 시장점유율이 40%대에 그친다. [사진제공=삼성바이오에피스] |
이는 면역질환 치료제를 사용하는 환자들이 암 환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선택을 하기 때문이다. 미국 암 환자 중에서는 신규 환자가 전체의 80~90%에 달한다. 환자가 계속해서 유입되다 보니 의료진도 바이오시밀러가 가격도 저렴하고 비슷하다는 이유로 추천해주는 경우가 많다.
반면 류마티스 관절염 등 면역질환은 완치의 개념이 없어 환자들이 약을 평생 주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즉 새로운 약보다는 쓰던 약을 쓰려는 경향이 강하다. 의사도 기존에 있는 제품을 고수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면역질환 바이오시밀러의 가격탄력성도 항암제 바이오시밀러보다 낮다. 항암제 바이오시밀러의 ASP(평균판매가)를 오리지널 대비 60%까지 내릴 경우 바이오시밀러 점유율은 80%까지 올랐다. 반면 같은 상황에서 면역항암제는 30~40%의 점유율을 갖는 데 그쳤다.
바이오시밀러 가격과 점유율의 상관관계를 밝힌 그래프로, 종양(Oncology) 즉 항암제의 기울기는 가파르지만 면역분야(Immunology)의 기울기는 완만하다. [사진제공=삼성바이오에피스] |
이는 면역질환치료제 등 지속적으로 투약해야 하는 의약품의 바이오시밀러를 가지고 미국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에게 우려의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3대 의약품으로 불리는 스텔라라, 아일리아, 프롤리아 등 바이오시밀러 제품들 대부분은 평생 맞아야 하는 제품에 속한다.
국내 대표격 바이오 기업들의 바이오시밀러 역시 대부분 평생 맞아야 하는 제품들 위주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으로 자가면역치료제, 안질환 치료제, 알레르기 천식 치료제 등을 갖추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 중 안과질환 치료제, 혈액학 및 내분비학 치료제 임상 중이다. 모두 환자들이 평생 맞아야 하는 제품인 만큼 시장 확대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바이오시밀러의 시장성은 떨어지지 않을 거라는 입장이다. A제약사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는 마켓 셰어, 매출, 개발 난이도, 시장 점유율 및 경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개발하는 만큼 각 사가 파이프라인을 준비했다면 시장성 있는 제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전했다.
B제약사 관계자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에 신규 환자가 유입되는 비중이 적긴 하지만, 셀트리온 램시마의 경우 미국에서 꽤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Symphony Health 기준, 램시마(제품명: 인플렉트라)는 미국에서 지난 1월 기준 32%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출시 이후 현재까지 인플릭시맙 바이오시밀러 처방 1위를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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