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2016년 수감 중 측근에게 보낸 편지 확보
정진상 두 차례 면회...'옥중 로비' 가능성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백현동 개발사업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백현동 로비스트'로 알려진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과거 옥중에서 측근에게 백현동 개발사업 관련 내용을 지시한 정황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성남시 관계자를 대상으로 옥중 로비를 펼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도 파악한 것으로 보여 백현동 개발 사업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연루 가능성도 짙어지는 모습이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김 전 대표가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수감 중에 측근이었던 김모 씨에게 보낸 편지를 확보했다. 당시 김 전 대표는 2015년 4월 '성남 빗물 저류조 공사 비리 사건'으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었다.
김 전 대표는 편지에서 김모 씨에게 백현동 개발사업의 진행 현황과 경과를 물으면서 사업 진행 상황을 파악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편지를 주고받던 때는 백현동 개발 사업이 진행되던 시기였다.
김 전 대표는 지난 14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돼 구속 수감 중인 상태다. 김 전 대표는 지난 2015년 9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백현동 개발사업 인허가 알선 등 대가로 아시아디벨로퍼 대표 정모 씨로부터 총 77억원과 함바식당(건설현장 식당) 사업권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백현동 개발 사업 의혹은 아시아디벨로퍼가 2015년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에 있던 한국식품연구원 부지를 매입해 아파트 사업을 진행하면서 김 전 대표를 로비스트로 영입한 후 성남시로부터 4단계 용도 상향 등 특혜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서울=뉴스핌] 김보나 인턴기자 =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에서 로비스트로 지목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2015년 9월부터 지난달까지 백현동 개발사업 인허가 관련 편의 알선 등 대가로 부동산 개발업체 아시아디벨로퍼 대표 정모씨에게 77억원 및 함바식당 사업권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2023.04.13 anob24@newspim.com |
또 편지에는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장소 변경 접견' 형식으로 두 차례 면회온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소 변경 접견은 면회시간이 30분으로 일반 접견(10분 내외)보다 길고 대화 내용도 녹음되지 않는다.
김 전 대표는 편지에서 "정(진상) 실장이 장소변경 접견을 하겠다고 한다"며 "정(진상)이 오면 사안 별로 모든 문제는 내가 출소 후에 결정하도록 하자고 할 것이네"라며 언급하기도 했다.
검찰은 편지 내용의 진위여부를 파악하면서 김 전 대표가 성남시와 성남시 관계자를 대상으로 '옥중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옥중 로비가 있었던 것이 밝혀질 경우 백현동 개발사업에서 이 대표의 관여 가능성이 더 짙어질 전망이다. 김 전 대표는 2006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성남시장 선거 당시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바 있으나 2010년 이후 이 대표와 관계가 틀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검찰은 김 전 대표가 용도 변경이 있기 전인 2014년 4월부터 2015년 3월 사이 성남시 정책비서관이자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115차례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김 전 대표가 정진상 실장과 접촉한 정황들이 나오면서 검찰이 알선수재 혐의 입증과 기소 절차에 탄력을 받을 것 같다"면서 "실제 김 전 대표가 개발 사업에 있어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이고 당시 시장이었던 이재명 대표로까지 여파가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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