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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미래 금맥'으로 떠오르는 물산업…국가물산업클러스터를 가다

기사입력 : 2023년04월16일 12:00

최종수정 : 2023년04월16일 12:24

저조한 국내 물 산업 성장률…2400억 투입해 육성
기업에 필수 공급수 공급…제품 테스트 비용 부담↓
15개 지원사업…디지털 전환부터 탄소중립 대응도

[세종=뉴스핌] 성소의 기자 = "저희 PVC 상수도관은 현재 미국 12개 지역에 시공되고 있고, 이들 제품은 단 한번의 클레임도 없는 완벽한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수입된 상수도관을 사용하던 평택 주한 미군 기지에도 현재 저희 제품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찾은 대구 달성군에 위치한 국가물산업클러스터. 4만평이 넘는 넓은 부지에 108개의 물 기업들을 품은 각종 연구 실증화시설이 둥지를 틀고 있었다.

[대구=뉴스핌] 성소의 기자 = 대구 달성군 국가물산업클러스터에 입주기업 PPI 파이프 전시장 내부 모습 2023.04.16 soy22@newspim.com

이곳에는 사업 연혁이 48년에 달하는 PVC 배관 분야 중견기업인 PPI 파이프도 입주해있었다. 100년을 버텨내는 내구성과 전세계 지진의 95% 이상을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상수도관을 개발해, 올해 2월까지 약 60억원의 해외수주를 성공시킨 기업이다.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강소기업들을 육성하는 곳인 클러스터에 중견기업이 입주해있는 것은 이례적으로 보였다. 더군다가 PPI 파이프는 2020년 대구에 공장을 세우기 전 경기도 포천과 안양 등 주로 수도권에 공장을 유치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이혜선 PPI 파이프 대표이사는 "2020년 대구에 공장을 완공하고, 그 이후 해외 진출 과정에서 환경부와 국가 물산업클러스터 사업단의 많은 지원을 받았다"며 "올해만 물산업클러스터 지원 사업 15종류 가운데 중견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5가지 지원사업을 모두 지원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날 우리가 미국이나 유럽, 일본에 수출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환경부와 국가 물산업클러스터의 지원 사업이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덧붙였다.

◆ 저조한 국내 물 산업 성장률…2400억 투입해 육성

세계 물 시장은 2017년 기준 7252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4.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 중심으로 물 시장 투자가 활발하고, 환경 규제에 적합한 수처리 시장 수요가 늘고 있어 성장 전망이 밝다.

반면 국내 물 시장 성장률은 2.9%로 세계 물 시장 성장률을 훨씬 밑돈다. 국내 물 산업 구조가 내수 위주로 짜여져있는데다 기업들 대다수가 영세해 해외 진출 실적이 저조한 탓이다. 국내 물 기업의 해외 수출 참여율은 고작 4.5%에 불과하다. 제조업 평균 해외 수출 참여율이 19.9%인 점을 감안하면 반의 반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시설이 국가물산업클러스터다. 국가물산업클러스터는 환경부가 물 산업 진흥을 위해 국비 2409억원을 투입해 2016년부터 3년 간 공사기간에 걸쳐 대구광역시 달성군에 조성한 대규모 실증화 시설, 집적단지다.

물 기업들의 기술 개발과 해외시장 진출을 도와 2025년까지 해외수출 7000억원, 일자리 1만5000개, 전세계 최고 수준의 신기술 10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면적이 무려 4만4000평(14만5000㎡)에 달하는 이곳은 물 산업 연구와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워터캠퍼스'부터 물 분야 제품의 실제 성능시험을 지원하는 '실증 플랜트'까지 총 10개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입주기업들은 이곳에서 기술개발부터 해외시장 진출까지 전 주기를 지원받는다. 올해 3월 기준 108개 기업이 입주해있고, 입주율은 94%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 기술개발에 필요한 공급수 공급…제품 테스트 비용부담↓

[대구=뉴스핌] 성소의 기자 = 이혜선 PPI 파이프 대표이사가 PPI 파이프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3.04.16 soy22@newspim.com

지난 12일 방문한 국가물산업클러스터에는 입주기업 맞춤형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곳인 '실증 플랜트'가 가동되고 있었다. 거대한 물 탱크와 각종 배관 설비들이 빼곡히 들어서있는 이곳은 정수, 하수, 폐수, 재이용 네 구역으로 나뉘어 고도의 수처리 공정을 담당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곳에서 기술 개발에 필요한 공급수를 공급받고, 이곳에서 기술 및 제품 테스트 실적도 인정받는다. 기업들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개발한 기술 및 제품을 직접 정수장과 하수 처리장에 가져가 테스트를 받아야 하는데, 여기에 수반되는 비용은 기업이 자부담해야 하는 구조다.

이에 따른 비용 부담이 클 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들이 장소를 잘 대여해주지 않는 탓에 기업들이 겪는 애로가 상당했다. 그러나 물산업클러스터에서는 기업들이 직접 실증 플랜트에서 관련 기술과 제품을 실적을 인정받을 수 있어 이러한 부담을 대폭 덜 수 있다.

이날 만난 박석훈 국가물산업클러스터 단장은 "기업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이 실적을 인정받는 것"이라며 "이때까지는 기업들이 개별 정수장이나 하수 처리장을 직접 찾아 장소를 빌리고 운전했는데, 이곳에선 기업들이 전용으로 쓸 수 있도록 항상 오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경기술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수의 경우 이곳에서 테스트한 물량의 10배 만큼을 실적으로 인정받고, 하수의 경우 100배 만큼을 실적으로 인정받게 된다"며 "그것 만큼 기업에 도움되는 게 없기 때문에, 저희들이 많은 비용과 인원을 투입해 이 정수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 보니 이곳을 이용하려는 수요도 상당하다. 이강한 국가물산업클러스터사업단 물기업 홍보부장은 "현재 45개실이 거의 다 만실 상태"라며 "지금까지 74개 기업이 109개의 기술을 연구 개발하고 테스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테스트하고 싶은 장비를 직접 갖고 와 설치해서 운영할 수 있는 공간도 자리하고 있다. 이른바 '수요자 설계구역'인 이곳에는 입주기업들이 각각 50평 정도 되는 부지에 각자의 기술 개발과 연구를 진행한다.

전력이나 원수 공급 등 기본적인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데다, 각각의 실험 연구실들은 다른 회사들이 볼 수 없도록 철저하게 출입이 통제돼있다.

이곳에 입주해있는 수처리 전문기업인 주식회사 미드니 역시 이러한 혜택을 받는 기업 중 하나다. 미드니는 지하수, 강물, 지표수 등을 전처리 필터와 역삼투, 자외선 살균 등 고도의 수처리 공정을 통해 먹는 물 수준으로 걸러내는 정밀 여과 장치를 생산하고 있다.

수처리 전문기업인 주식회사 미드니 소속 이태욱 기술연구소 부장이 미드니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환경부 공동취재단] 2023.04.16 soy22@newspim.com

지난 2010년 2월 경기도 성남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했다가 2019년 대구에 물산업클러스터가 들어서면서 미드니도 이듬해 대구시로 내려왔다. 이후 물산업클러스터의 두둑한 지원을 등에 업고 성장해, 현재 베트남 5개소에 제품을 납품할 수 있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향후에는 캄보디아와 2차 수출 계약도 노리고 있다.

이태욱 미드니 기술연구소 부장은 "앞으로 환경공단과 대구시와 함께 캄보디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과 협업해 수출 위주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올해 15개 지원사업…디지털 전환부터 탄소중립 대응까지

물산업클러스터는 총 15개의 지원 사업을 통해 입주기업들을 다방면으로 지원한다. 물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물기술 능동형 디지털화 지원사업부터 탄소중립 대응을 지원하는 탄소중립 물기술 실증 지원사업, 유망 기술 및 제품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해외 현지 성능평가 지원사업 등이 그 예다.

이곳에 둥지를 튼 입주기업들은 대부분 중소기업인 만큼, 지원사업 수혜자도 중소기업들이 대다수다. 이에 힘입어 코로나19 유행과 글로벌 경기 하락을 겪고도 입주기업들은 꾸준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2021년 기준 입주기업들의 매출액은 9139억원으로 전년(6462억원) 대비 41.4% 성장률을 나타냈다. 수출액도 490억원에서 570억원으로, 1년 새 16.5% 성장했다. 종사자 수는 2020년 2437명에서 2021년 3000명으로 23.1% 늘었다.

매출이 성장하는 입주기업들은 계속해서 늘어나는 중이다. 2021년 기준 매출액이 100억원을 넘어가는 입주기업은 총 30개로, 지난 2020년(18개)와 비교해 두배 가까이 늘었다.

수요자 설계구역에 위치한 미드니 실험실 내부 모습 [사진=환경부 공동취재단] 2023.04.16 soy22@newspim.com

중소기업은 매출액 100억원을 기준으로 자립 경쟁 여부를 판단한다. 이에 비춰보면 자립이 가능한 수준인 입주기업들이 1년 새 상당폭 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승주 국가물산업클러스터사업단 물산업전략처장은 "물산업클러스터에 입주해서 지원 프로그램을 받은 기업들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산업클러스터는 향후 국내 물 산업의 컨트롤타워로 자리잡기 위한 센터 구축도 계획하고 있다. 클러스터 내부에 '물기업 성장지원센터'를 세워, 지자체별로 흩어져있는 물산업지원센터를 한곳에서 아울러 관리한다는 구상이다.

이 처장은 "물산업클러스터가 물산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 위한 성장지원센터 운영 전략을 현재 수립하고 있다"며 "저희의 역할은 모든 것을 아우르는 센터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대구=뉴스핌] 성소의 기자 = 대구 달성군 국가물산업클러스터에 입주기업 PPI 파이프 생산공장 전경 2023.04.16 soy22@newspim.com

soy2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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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농기계 임대'로 지원한다더니…정부, 내년 예산 17% 싹뚝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농기계 구입이 어려운 농가에 농기계를 임대해 구입 부담을 경감해주는 '농기계 임대 지원사업' 예산이 17%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실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내년 농기계임대 지원사업 예산은 올해(327억4000만원) 대비 17% 줄어든 271억200만원으로 편성됐다. 농기계임대 지원사업은 농가가 쉽게 구입하기 어려운 고성능·고가격 농기계를 정부가 임대함으로써 농작업 효율화와 농업경영비를 절감하기 위해 지난 2003년 도입됐다. 특히 농식품부는 농촌이 고령화되면서 일손 부족 현상이 심해지자 농기계를 활용해 농사를 수월하게 지을 수 있도록 노후농기계 교체, 여성친화형 농기계 지원 등을 지속 추진해 왔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 141개 시군에서 농기계임대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 외 6개 시군에서는 농기계임대 수요가 많아 지자체 재원을 통해 자체적으로 농기계임대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2022년 기준 농기계임대사업소가 보유하고 있는 농기계(부속기 포함)는 총 9만3765대로 임대사업소 당 평균 647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3개년간 지속 증가하는 추세다. 농촌경제연구원은 '농기계 임대사업 평가 및 컨설팅' 용역보고서에 "신규 농기계가 폐기 농기계보다 많아 연평균 5.6%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며 "임대농기계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이번 예산 삭감으로 농기계에 대한 수요 대비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농식품부는 농기계임대 지원사업 예산이 삭감된 이유가 평가 타당성에서 미흡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2022년 기준 농기계 대당 임대일수가 평균 11.3일로 조사되면서 이용률이 저조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농촌경제연구원은 임대일수 5일 이하의 농기계 비율이 24.6%로 높은 비율을 보여 임대실적이 개선되고 있다고 봤다. 또 임대실적이 저조한 이유를 조사한 결과 '신형 농기계 대체' 응답이 전체의 29.4%로 나와 사업의 평가성과는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준병 의원은 <뉴스핌>과 통화에서 "농촌의 경우 고령화, 여성화 현상으로 힘이 드는 노동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농업기계의 기계화를 적극적으로 하되 농가가 농기계를 장만하는 데 부담이 들지 않도록 임대 사업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농기계임대 지원사업 예산이 줄어들면서 농촌 일손 부족을 해결하는 데 걱정이 된다"며 "농기계임대 지원사업의 예산 뒷받침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회 예산 심의과정에서 점검·보완하겠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국회의원 [사진=윤준병 의원실] 2024.09.02 plum@newspim.com plum@newspim.com 2024-09-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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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헤즈볼라 사령관 잇따라 제거…이번엔 미사일 고위급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이스라엘이 레바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대한 대대적 공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헤즈볼라의 최고위급 지휘관들이 잇따라 폭사하고 있다. 부대를 지휘하고 전투를 이끌어야 할 수뇌부가 계속 제거되면서 헤즈볼라의 전투 역량도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24일(현지시간) 레바논의 보안 소식통 두 명을 인용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 지역에 대한 이스라엘 공습 때 헤즈볼라의 한 지휘관이 사망했다"며 "그는 헤즈볼라의 미사일 부대 사령관인 이브라힘 쿠바이시"라고 말했다.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공습을 받은 레바논 남부 접경지 두로 지역. [사진=로이터 뉴스핌] 이스라엘방위군(IDF)도 성명을 통해 "베이루트 남부 교외 다히예 지역에 대한 공습으로 6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다쳤다"면서 "사망자 중에는 이브라힘 쿠바이시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IDF는 쿠바이시와 함께 헤즈볼라 미사일 부대의 고위 장교 여러 명도 폭사시켰다고 말했다. IDF는 이어 "지난 하루 동안 레바논 내 1500여 곳의 헤즈볼라 목표물에 약 2000개의 미사일·폭탄을 발사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스라엘군은 지난 20일 헤즈볼라의 정예부대인 라드완 부대 지휘관 이브라힘 아킬을 족집게 공습으로 죽였다.  아킬은 지난 7월 사망한 푸아드 슈크르에 이어 헤즈볼라의 2인자급 지휘관이었다. 이스라엘은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이번 작전을 '북쪽의 화살'로 명명하면서 "우리는 헤즈볼라에 대한 작전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에게 휴식을 주지 않겠다"고 했다. 레바논 지역의 인명 피해도 빠르게 늘고 있다. 피라스 아비아드 레바논 보건부 장관은 "월요일 이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어린이 50명을 포함해 사망자가 총 558명에 달하고 부상자는 1835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한편 유엔(UN) 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이란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CNN과 인터뷰에서 "서방 지원을 받으며 첨단 무기로 무장한 이스라엘을 헤즈볼라 혼자서 상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레바논이 제2의 가자지구가 되지 않게 해야 한다"면서 "이슬람 국가들이 모여 대응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권 수호를 자처하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이스라엘의 공격 행위를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ihjang67@newspim.com   2024-09-25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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