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측 헌인교회 상대 행정소송 첫 재판
재판부 "헌인교회가 현 위치에 교회 지을 수 있도록 조합 측이 방안 강구"
서울시·구청, 다툴 이유 없는 개발사업 이해 불가
[수원=뉴스핌] 노호근 기자 = 17여년간 표류하고 있는 서울 서초구 내곡동 헌인마을 개발사업 조합이 헌인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에 주민들은 개발사업에 대한 진정성에 물음표를 던지며 반발하고 있다.
서초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 배치도 [자료=서울시] |
뉴스핌은 지난 2023년 3월 6일자 '헌인마을 개발, 구청·토지주 갈등 '최고조'..."팔고 떠나라는 것인가"'를 통해 헌인마을 개발사업에 대해 조명한 바 있다.
30일 제보자에 따르면 지난 22일 헌인마을 도시개발조합의 조합원 헌인교회가 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환지예정지 지정처분 무효확인 등 청구의 소' 첫 재판이 행정법원에서 진행됐다.
재판부는 "조합측에 헌인교회가 지금의 위치에 교회를 지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다음 재판기일 전에 제출하라"고 중재안을 제시했다.
이날 재판에서 헌인교회 측은 "지난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현재의 위치에서 목회활동을 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계속해 목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교회를 지을 수 있는 환지를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 측은 "그런데도 조합은 개발계획은 사업시행자인 조합이 아니라 지정권자인 서울시가 작성하는 것으로 서울시가 개발계획 작성시 종교용지를 지정하지 않아 교회를 지을 수 있는 환지를 줄 수가 없어 부득이 단독주택만을 지을 수 있는 환지로 줄 수 밖에 없었다"고 하면서 "민간개발을 마치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공공개발인 것처럼 주장했다"고 비판했다.
재판이 끝난 뒤 법정 밖에서 만난 헌인교회 한 교인은 "서울시는 토지소유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환지방식의 도시개발사업을 통해 체계적인 정비를 하고 환경을 개선하라고 했으면서도 토지소유자인 헌인교회가 교회를 지을 수 없도록 허가를 한 것도, 서초구청이 환지계획 공람공고부터 인가까지의 과정에서 헌인교회가 수 많은 이의제기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교회를 지을 수 있는 땅을 줄 수 없다는 조합의 일방적인 주장을 받아들여 환지계획인가를 한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욱 기가막힌 것은 800여평의 땅에 교회를 짓고 60여년간 토지소유자들과 동고동락을 했던 헌인교회가 3년전인 지난 2020년 1월 0.01평의 지분토지를 매입해 조합장이 된 자를 상대로 이러한 소송을 해야하는 현실이 마음이 아프다"면서 "어떠한 일이 있어도 헌인교회가 현재의 위치에서 사라지는 것 만은 모든 것을 걸고 막아 내겠다. 불법에 절대 수긍할 수 없다"고 분노했다.
뉴스핌은 헌인마을 개발사업이 이같이 표류하는 이유에 대해 짚어봤다.
◆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일까
서울시는 "환지방식의 도시개발사업에서 개발계획의 수립, 즉 개발지의 용도 등은 조합이 결정해 시에 제안하는 것으로 시는 조합의 제안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인가를 한다. 종교용지를 서울시가 지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합이 교회를 지을 수 있는 환지를 못했다는 것은 맞지 않는 것이다. 실제 서울시는 지난 2009년 3월 최초 개발계획 수립 및 도시개발 구역지정 이후인 2010년 8월 조합의 요청에 따라 개발계획 변경인가를 했으며, 2021년 3월 실시계획인가에 대해 2021년 8월 실시계획 변경인가도 했다"고 밝혔다.
서초구청은 "교회를 지을 수 있는 종교용지의 지정은 서울시가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구는 조합이 실시계획인가에 맞춰 환지계획을 수립한 뒤 조합원과 일반인들에게 공람공고를 거쳐 신청한 환지계획인가에 대해 적법하다고 판단해 인가처리한 것일 뿐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헌인교회 등 조합원들의 이의신청이 있어 이의신청 내용을 조합에 통보해 조치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또한 서초구청은 "254명의 조합원 중 8제곱미터와 191제곱미터의 지분소유자가 170여명으로 전체 조합원 수의 3분의 2가 넘는데도 이들 모두를 의결권있는 조합원으로 인정하고, 특히 0.01평 지분소유자를 조합장으로 인정해 조합설립 변경인가를 한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어 서초구청은 "조합이 개발계획이나 실시계획 변경안을 통해 환지계획을 다시 수립하고, 헌인교회와 같은 입장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조합원들에게 환지를 하면 해결될 문제인데 왜 안하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시와 구청에 따르면 조합과 조합원들이 다툴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으로, 이유 없는 다툼으로 헌인마을 개발사업이 진행되지 못하는 의구심이 든다는 지적이다.
◆ 조합은 누구를 위해 헌인교회 등 조합원들과 다투는 것일까
헌인마을 주민들은 그 이유에 대해 "지난 2006년 4월 삼부토건 등은 헌인마을 땅 전부를 사들여 사업을 하려고 우리강남PFV라는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우리은행 등으로부터 4270억원을 대출받아 헌인마을의 땅 3분의 2, 약 4만여 평 중 3만여 평을 사들였으나, 나머지 약 1만여 평을 사지 못하게 되자 지분쪼개기와 명의신탁자들을 동원해 조합을 장악하고 사업을 진행하다 여러 내부갈등과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2015년 8월 삼부토건이 최종적으로 부도처리 되면서 우리강남PFV는 주인을 잃은 채 우리은행 등 채권단에 넘겨졌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우리은행 등 채권단은 우리강남PFV의 대출금 회수를 위해 지난 2019년 3월 우리강남PFV의 채권매각 공고를 했고, 미래에셋증권과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이 설립한 사모펀드는 입찰을 통해 채권을 매입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강남PFV의 새로운 주인이 된 사모펀드는 지난 2019년 12월경 우리강남PFV가 지분으로 매입한 8제곱미터와 191제곱미터의 토지 2필지를 100여개로 쪼개어 새로운 조합원으로 만드는 등 조합원 254명 중 3분의 2가 넘는 180여명을 앞세워 서초구청으로부터 2020년 4월 조합설립 변경인가를 받아 중단된 헌인마을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즉 헌인마을 도시개발조합은 조합원인 헌인교회 등 토지소유자들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 우리강남PFV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서초 헌인마을 전경. [자료=서울시] |
전문가들은 현재의 헌인마을 개발사업은 조합과 조합원간의 법적 다툼이 아니라 우리강남PFV의 새로운 주인인 사모펀드가 우리강남PFV에 땅을 팔지 않는 토지소유자들을 몰아내고 자신의 이익을 위한 개발사업으로 진행하다 다툼으로 번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법원은 개발업자의 손을 들어 줄까. 아니면 원주민인 토지소유자들의 손을 들어 줄까. 17여년을 표류해온 헌인마을 개발사업의 향방에 관계자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serar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