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협의회서 '이전공공기관 지정 방안' 의결 예정
노조, 출입구 11곳서 경영진 막아…반대 집회 개최
'답정너' 통보에 반발…노사 협의 지속 요구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지키겠다. 부산 이전 막아내겠다."
김현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은행지부 위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산은 본점 건물 앞에서 비장한 각오로 말했다.
산은 노조원과 직원들 약 300명은 이날 강석훈 산은 회장과 김복규 수석부행장 등을 포함한 경영진 출근을 막기 위해 모였다. 강석훈 회장이 이날 경영협의회를 열고 산은 본점을 부산으로 옮기는 '이전공공기관 지정 방안'을 의결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한 산은 노조원은 "노사협의를 생략한 채 경영협의회를 열고 안건을 의결하려고 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한국산업은행(산은) 노동조합이 3월27일 오전 8시30분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산은 본점 건물 앞에서 '부산 이전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한태희 기자] 2023.03.27 ace@newspim.com |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산은 부산 이전 추진 방안을 둘러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사측이 부산 이전 추진 방안 마련 등 행정 절차에 속도를 내자 이를 반대하는 노조는 경영진 출근길 저지에 나섰다.
산은 노조는 이날 오전 7시부터 산은 본관과 별관 등 출입구 11곳에서 경영진 출근을 막았다. 출입구 한 곳당 많게는 약 10명이 일렬로 서서 '산은 이전 철회하라'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침묵으로 의사를 표시했다.
오전 8시30분에는 본관 앞 건물에서 부산 이전 반대 집회가 열렸다. 산은 노조는 300일 넘게 이 집회를 열고 있다.
노조가 '부산 이전 결사 반대' 문구를 들고 행사를 시작하자 건물 안으로 들어가던 산은 직원들이 발길을 돌려 집회에 참여했다. 산은 직원들은 '산은 이전 철회하라'나 '산업은행 부산 이전 반대, 지역경제 책임지는 부산은행 육성하라' 등이 적힌 팻말을 들었다.
조진우 산은 노조 부위원장은 "부산 이전이라는 결과를 미리 정해놓고 직원들에게 통보하는 쇼잉 소통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근무시간에 집회를 열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 오전 8시50분쯤 집회를 마무리했다. 강석훈 회장은 집회가 끝날 때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강 회장은 산은 본점 인근 모처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고 알려졌다.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한국산업은행(산은) 노동조합이 3월27일 오전 8시30분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산은 본점 건물 앞에서 '부산 이전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한태희 기자] 2023.03.27 ace@newspim.com |
이날 집회에는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도 참석했다. 산은 부산 이전은 산은 노사뿐 아니라 정치권도 관심을 갖는 사안이다. 산은 본점을 이전하려면 산업은행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영교 의원은 산업은행법 개정 없는 부산 이전 추진은 위법이라며 강행할 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며 사측과 정부를 압박했다.
서 의원은 "산업은행법에는 산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돼 있고 이를 어기면 위법, 위헌"이라며 "위법, 위헌일 경우 탄핵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산은 부산 이전 추진은 예정대로 강행될 태세다. 이날 경영협의회도 산은이 아닌 다른 제3의 장소에서 열릴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김현준 위원장은 "진정성 있게 대화하려고 하며 (지난주 금요일 이후) 4일 동안 회장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며 "(제3의 장소서 경영협의회 개최 및 안건 의결) 이후 상황과 어떻게 할지는 그때 가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윤석열 정부는 지방 균형 발전 명목으로 산은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방안은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도 담겼다. 강석훈 회장은 정부 국정과제인만큼 산은 이전을 반대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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