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대책 논의
"예금보호 초과분 조기 지급"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은행 파산으로 여겨지는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 사태로 전 세계 스타트 업계의 줄도산 위험이 커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및 은행 업계가 '검은 월요일'을 맞이할 것이란 공포가 빠르게 확산 중이다.
12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 등은 SVB가 영국, 캐나다, 중국, 독일, 덴마크, 인도 등 세계 각국에 진출한 만큼 이번 사태가 미국을 넘어 지구촌 스타트업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SVB 로고 [사진=블룸버그통신] |
SVB 영국 지점은 이미 지난 10일부터 거래를 중단하고, 신규 고객을 받지 않으며 파산 선언을 준비 중이다.
영국에서는 IT업체 약 180곳이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에 개입 촉구 서한을 보내면서 "예치금 손실은 기술 기업 생태계를 20년 뒤로 되돌릴 수도 있고 많은 기업이 하룻밤 새 강제청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은행이 문을 여는) 월요일에 위기가 시작될 것이므로 당국이 지금 막아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통신은 SVB가 캐나다를 포함해 중국, 덴마크, 독일, 인도, 이스라엘, 스웨덴 등지에도 진출해 현지에서 영업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태가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이웃한 캐나다의 경우 즉각 공포가 번지는 분위기다.
토론토의 광고 기술 개발 업체인 어큐티 애즈는 보유 현금의 90%에 달하는 5500만달러(약 727억원)를 SVB에 넣어뒀으며 나머지 은행에 있는 현금은 480만달러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2021년 나스닥에 상장한 이 업체는 월요일인 13일 증시가 개장하기에 앞서 거래 중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미국의 억만장자 헤지펀드매니저 빌 애크먼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시스템 전반의 예금을 보증하지 않으면 월요일 오전부터 더 많은 뱅크런이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류정닝 중국국제금융공사(CICC) 분석가는 "기술 스타트업들은 연구개발(R&D)와 급여 등에 많은 현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예치금이 매우 중요하다"며 SVB 파산 사태가 기술기업의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대책을 논의했고, 뉴섬 주지사는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미 규제당국은 SVB에서 예금자들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예금 보호 한도 초과분의 일정 부분을 조기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구제금융 요구에 대해선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옐런 장관은 12일 CBS방송에 나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대형은행 투자자와 소유주들이 구제금융을 받은 적 있다"면서도 "이후 개혁은 우리가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의미한다"며 연방정부 개입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이어 "미국 은행 시스템은 정말 안전하고 자본이 풍부하다"면서 "회복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