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직원 채용·영업비밀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성격"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법원이 회사의 영업비밀 침해 관련 민·형사상 책임을 면하는 대가로 지급한 합의금은 지적재산 사용료가 아닌 손해배상금의 성격을 갖고 있어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A주식회사가 역삼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가가치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가정법원. 2022.01.14 pangbin@newspim.com |
원고는 미국에 본사를 둔 실리콘 전문 개발·생산기업 다우코닝의 자회사이다. 원고 회사에서 약 15년 동안 태양광사업부 부장 등으로 근무하다 퇴사한 B씨는 주식회사 KCC의 실리콘영업부 부장으로 영입됐다.
그러자 원고 회사는 B씨와 KCC를 수사기관에 의뢰했고 이들은 지난 2015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영업비밀누설등)죄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원고 회사는 이들에게 지적재산 침해 등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수차례 협상을 거친 끝에 전직 직원 채용 및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된 모든 민·형사상 책임을 면책하는 대가로 KCC가 원고 회사와 미국 본점에 합계 340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원고에게 지급된 1700만 달러에 대해 서울지방국세청이 '이 사건 합의금은 지적재산 사용에 따른 사용료에 해당한다'고 보고 관할세무서장에게 부가가치세 매출누락을 통보했다. 역삼세무서장은 원고 회사에 부가세 30억원 가량을 부과했고, 원고 회사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합의금은 지적재산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금의 성격을 가진다고 봄이 타당하다"면서 "용역의 공급대가라는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며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을 모두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합의서가 체결된 배경을 보면 KCC가 B씨를 채용하여 영업비밀 등을 전달받는 방법으로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하면서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의사를 표시했고 이 사건 합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즉, KCC가 B씨를 직원으로 채용하여 실리콘 기반 제품에 대한 영업비밀 등을 취득함으로써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는 손해전보의 목적이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이 사건 합의서가 지적재산 사용료에 관한 것이었다면 그 전문에 당사자 사이의 분쟁 존재 사실과 분쟁에 따른 불확실성 등을 피하기 위한 취지가 기재될 이유가 없다"며 "이러한 사정을 모두 종합해보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가 있으므로 인용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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