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일 설치 후 갈등 지속, 강제철거는 '보류'
유가족·서울시 지속 접촉, 자진철거는 여전히 '난항'
사태 장기화 시 충돌 불가피, 현실적 대안 찾아야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서울광장 이태원 참사 분향소가 설치 한달을 맞았다. 지난달 4일 유가족이 기습적으로 분향소를 마련한 후 '강제철거'로 팽팽하게 맞서던 서울시와의 갈등은 오세훈 시장의 '보류' 결정으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서울시는 3일 유가족과의 협상 여부에 대해 "끊임없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현재 시는 유가족과의 대화 내용이 외부로 유출될 경우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철저한 기밀을 유지하는 상태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27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기후위기 공동대응 결의를 위한 2050 탄소중립 '원팀 서울' 출정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02.27 yooksa@newspim.com |
◆강제철거 '보류'에도 자진철거는 '난항'
가장 큰 갈등 요인으로 꼽히던 강제철거 가능성은 오세훈 시장이 직접 '보류' 필요성을 언급하며 크게 낮아진 상태다.
오 시장은 지난달 22일 제316회 서울시의회 임시회에 출석해 ""행정대집행은 시의적으로 맞지 않아 보류하는 중이다. 분향소를 무단으로 설치했기 때문에 자진철거가 바람직하다"고 언급한바 있다.
시는 오신환 부시장 등 정무라인을 통해 유가족 및 대리인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수시로 접촉을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을 제외한 다른 추모공간을 논의하기 위함이다. 당초 거론됐던 녹사평역 등 이태원 인근은 사실상 제외된 상태다.
서울시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며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 기대감이 형성됐지만 상황은 여전히 쉽지 않다. 무슨 일이 있어도 서울광장 분향소를 포기할 수 없다는 유가족의 강경한 태도가 걸림돌이다.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지난 2일에는 대통령 면담을 재차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광장에서 대통령실이 위치한 전행기념관까지 항의 행진을 하기도 했다.
◆서울시 "광장은 시민에게"...조속한 대책 마련 촉구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갈등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서울시가 제시한 이태원 참사 분향소 자진 철거 시한이 사흘 지난 가운데 1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설치된 10.29 이태원 참사 분향소를 찾은 유가족이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2023.02.18 mironj19@newspim.com |
특히 서울광장 분향소 이후 곳곳에서 또다른 '천막시위'가 이어지며 또다른 논란이 되고 있다. 광화문광장 재정비를 계기로 '광장을 시민에게'를 강조한 서울시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우리공화당이 대표적이다.
2019년 광화문광장에 불법 천막을 설치해 강제철거 당했던 우리공화당은 당시 통장압류 등을 통해 납부한 2억6000만원의 행정대집행 비용을 돌려줄 것을 요구하며 시위를 펼치고 있다. 이미 2심 재판에서 서울시가 승소한 사안이지만 서울광장 분향소와의 형평성 문제까지 거론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시는 슬픔과 추모와는 별개로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등은 시민공간으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5년 넘게 광화문광장을 지키다가 서울시의회 정문으로 자리를 옮긴 세월호 기억공간 사태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곳곳에서 읽힌다.
일각에서는 세월호 추모공간 논란을 중재한 서울시의회가 이번 사태에도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민들이 자유롭게 추모하면서 법적으로도 걸림돌이 없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광장 분향소를 허용하면 또다른 추모공간을 막을 명분이 없어진다. 안타깝지만 원리원칙을 기준으로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대화를 통해 해결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