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서영 기자 = 정치는 '타협'의 기술이다.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는 저마다의 의견을 타협하고 합의하는 과정 자체가 정치다.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언처럼 우리는 이성과 언어로써 타협할 수 있는 민주주의란 제도 안에 살아간다.
민주주의는 마음껏 갈등하고 부딪힐 수도 있어야 하지만, 그와 동시에 구성원들의 합의점 또한 도출해내야 하는 체재다. 서로 다른 의견을 얼마나 잘 중재하고 타협하느냐가 곧 그 사회의 정치적 능력이고 민주주의의 척도인 셈이다.
[서울=뉴스핌] 박서영 기자 = 2023.02.21 seo00@newspim.com |
1년이 조금 넘는 국회 출입 기간 동안 기자가 바라 본 '정치'에 '타협'이란 없었다. 크게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국면부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둘러싼 이른바 '가처분 난동'까지. 정쟁으로 치달아 합의되지 않던 문제들은 결국 헌법재판소 손에 맡겨졌다.
앞선 사례를 보더라도 그렇다. 행정수도 이전, 이라크 파병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 총장 시절 직무 정지 문제까지. 우리 정치는 갈등과 대립이 있을 때마다 타협을 포기한 채 소수 법관에게 합헌이냐 위헌이냐를 물었다.
블랙홀 이슈.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말 그대로 사법이 정치를 집어삼킨 국회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준다.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또한 마찬가지다. 여야 모두 사법 문제를 앞세워 공방을 이어가고 있으니 자연스레 정치의 주도권은 검찰이 쥐게 됐다. '정치의 사법화'다.
검찰발(發) 단독이 터질 때면 양당은 너나 할 것 없이 언론을 향해 천인공노한다. 간혹 특정 언론을 겨눠 질타하기도 한다. 민주당은 당대표의 구속영장 청구를 두고 검찰의 정치 수사를 규탄하지만 사실상 검찰에게 칼을 쥐어 준 건 국회다. 검찰 수사를 정쟁으로 악용해 여론 심판에 올린 건 입법부 스스로다. 사법부 판단 하나하나에 무게를 실어 몸집을 불리게끔 한 건 바로 '정치'다.
'타협'의 기술을 복원해야 한다. 정치는 정치의 영역에서, 정치의 기술로써 해결해야 마땅하다. 물론 법치의 역할이 필요한 순간도 있다. 그러나 이는 정치란 울타리 안에서 끊임없이 대화하고 치열하게 논쟁한 끝에 최후 수단으로 등장해야 한다.
산적한 민생 법안, 묵혀온 사회적 과제들을 '법'으로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수없이 갈등하고 부딪혀야 한다. 저마다 다른 생각과 이해관계들을 타협하는 것. 이곳 국회가 풀어야 할 과제이며 입법부의 진짜 존재 이유임을, 300명의 헌법기관들에게 간곡히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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