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이나 커튼으로 가려져 내부 전혀 안보여
CCTV 설치도 미비…제2,3의 룸카페 될 소지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주 고객층은 중, 고등학생이죠"
15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만화카페 직원 김모(28)씨는 '주된 고객층이 누구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실제 직장인이 방문하기 힘든 이날 오전과 전날 오후 4~5시께 만화카페를 방문했을 당시, 곳곳에서 청소년처럼 보이는 커플이 눈에 띄었다.
한 커플은 카운터에서 결제 후 곧바로 '허니박스'라고 불리는 방으로 들어갔다. 이 방은 만화를 읽는 대신 빔프로젝터 스크린을 통해 영화 등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스크린은 방의 문짝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고, 허니박스 내부로 들어간 청소년들의 모습은 밖에서 전혀 볼 수 없었다.
방 내부에는 CC(폐쇄회로)TV도 없었다. 다만 '경고문'이라는 이름으로 청소년 관람 불가 영상 및 도서 이용 제한 안내문만 부착되어 있었다.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도 성인임을 인증하지 않고도 볼 수 있었다.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서대문구의 한 만화카페. 스크린으로 가려져 내부를 전혀 볼 수 없다. 2023.02.15 mkyo@newspim.com |
최근 '룸카페'가 청소년 탈선 장소의 온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으며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룸카페는 특성상 일반음식점이나 휴게음식점으로 개업했지만, 밀폐된 공간에 침구나 화장실이 설치돼 숙박업소처럼 운영되는 곳을 말한다. 특히 청소년의 출입이 가능해 논란이 됐다.
정부와 지자체는 '신종 룸카페'에 대한 강력 단속에 나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청소년 출입이 가능한 동시에 내부가 밀폐된 만화카페, 코인노래방 등이 그 대체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마포구에 위치한 또 다른 만화카페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이 만화카페는 빔프로젝터가 설치된 방은 없어 커튼만으로 가려놓았기에 내부가 언뜻 비치기는 했다. 그러나 구석진 곳에 있는 방의 경우는 직접 안까지 들여다보지 않는 한 내부 모습을 살피기는 어려웠다.
청소년이 출입할 수 있는 밀폐공간에는 '코인노래방'도 있다. 서대문구 코인노래방 앞에서 만난 교복을 입은 학생은 '노래방에 자주 오느냐'는 질문에 "학교가 근처라 끝나면 온다"고 답했다.
학생이 들어간 코인노래방 내부 역시 CCTV를 찾아볼 수 없었다. 'CCTV'가 설치되어 있다는 문구 또한 없었다. 기자가 배정받은 9번 방은 가장 끝번 방으로, 구석에 있어 마찬가지로 안쪽 복도까지 깊숙이 들어오지 않는 이상 내부를 살펴보기 어려웠다.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마포구에 위치한 코인노래방. 내부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2023.02.15 whalsry94@newspim.com |
다만 일부 코인노래방에는 CCTV 설치돼 있었다. CCTV가 설치된 서대문구 코인노래방 주인 이모(47) 씨는 "애들이 와서 술을 먹기도 하고 담배를 피우기도 해서 그런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으니 가게를 열 때부터 CCTV를 설치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가게 카운터에는 각 방의 CCTV 촬영 현장이 실시간으로 보이기도 했다.
청소년의 탈선을 막는다는 취지로 룸카페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단속과 처벌 위주는 오히려 풍선효과로 인해 제2, 3의 신종 룸카페만 만들어낼 수 있다는 지적에서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청소년의 변화한 성문화를 이용해 장사하는 행태는 분명히 바로잡아야 한다"면서도 "우리 사회가 청소년의 성문화나 이성 교제를 굉장히 보수적으로 보는 측면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소년의 변화한 성문화를 일상 주변에서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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