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부터 4월 23일까지 사비나미술관
무인도 환상과 기억 담은사진 드로잉 연작 40점 최초로 선보여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사비나미술관(관장 이명옥)은 2023년 첫 번째 기획전으로 강홍구 작가의 <무인도와 유인도 - 신안바다2>를 개최한다. 강홍구는 한국 디지털 사진의 1세대 작가로 전통적인 사진을 기반해 회화와 포토몽타주를 통한 합성 등 사진매체의 실험과 변주를 선보여 왔다.
강홍구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17년간 고향 신안을 오가며 신안의 무인도와 유인도에서 발견한 삶과 죽음의 풍경, 사라지고 있는 것들의 기억과 환상에 대한 사진, 드로잉, 영상 등 신작을 포함한 96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무인도, 디지털 사진 위에 아크릴 2022 105x70cm 2023.02.08 digibobos@newspim.com |
강홍구 작가가 고향의 풍경을 담아온 신안 작업의 계기는 작가가 경험한 '익숙한 낯설음'에서 시작되었다. 2005년 고향 신안을 오랜만에 방문한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잘 알고 익숙했던 신안이 낯설게 보이는 경험을 한다. 작가는 신안에 대한 개인적인 기억과 눈앞에 마주친 현실풍경 사이의 틈에서 마주친 그 익숙한 낯설음에 대한 탐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후 작가는 17년 동안 신안군 출신으로 갖게 되는 내부자의 시선과 동시에 오랜 시간 신안군을 떠나있어 갖게 된 외부자의 시선으로 신안의 변화하는 풍경과 아직 변하지 않은 풍경 속에서 마주친 삶의 모습들을 담아낸다. 논밭, 항구, 학교, 시장 등 작가는 신안의 섬들에서 마주친 삶들의 양상을 담아내며 섬과 바다와 어우러진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모래의 기억 캔버스에 디지털 프린트 드로잉 꼴라주 2022 140cmx280cm 2023.02.08 digibobos@newspim.com |
이번 전시에 최초로 공개되는 무인도 연작은 무인도와 바위에 대한 작가의 꿈과 상상에 대한 기억에서 시작한다. 신안군은 1,025개의 섬 중 72개의 섬만이 유인도로, 953개의 섬들이 무인도이다.
작가는 신안을 다니며 찍은 무인도와 바위섬 사진 위에 어린 시절 무인도를 바라보며 꾸었던 꿈과 상상, 전설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횃불, 구명보트, 피아노, 거대한 야생화 등 무인도에 있을 수 없는 존재들을 그린다. 섬 위 낯선 존재들은 작가의 기억 속 꿈의 장소이자 환상의 공간으로 무인도를 만들어낸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무인도, 디지털 사진 위에 아크릴 2022 105x70cm 2023.02.08 digibobos@newspim.com |
◆ 드로잉 꼴라주와 오브제 설치, 영상 등 다양한 실험 시도
전시에는 작가의 개인적인 기억과 환상을 드로잉, 오브제 설치 등으로 담아낸 드로잉 꼴라주도 선보인다. 작품에 설치된 오브제들은 작가가 신안 촬영 중 신안 바닷가에서 가져온 것들로 어린 시절 태풍 후 바닷가로 밀려온 물건들을 확인하던 작가의 기억에서 시작되었다.
오브제들은 바닷가로 밀려오며 바다를 오염시키는 존재인 동시에 바람과 파도에 닳고 씻겨 낯선 형태로 바뀌며 아름다움까지 느껴지게 하는 아이러니함을 가진다. 이 아이러니함은 고향에 대한 개인적인 기억과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신안의 풍경에서 느낀 작가의 '익숙한 낯설음'이라 할 수 있으며 작품 위에 오브제 설치로 보여준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바위의 기억 캔버스에 디지털 프린트 드로잉 꼴라주 2022 140cmx280cm 2023.02.08 digibobos@newspim.com |
또한 전시에는 신안의 파도치는 바닷가의 풍경과 소리를 기록한 영상 작품을 새롭게 선보이며, 2층 전시장 바닥에 신안 지도를 바탕으로 한 신안의 30개의 섬을 입체적으로 설치해 관람객이 섬 사이를 거닐 수 있도록 구성한다.
◆ 고향 상실의 시대 작업의 의미
작가는 자신의 이러한 작업이 하이데거가 말한 '고향 상실'의 시대에 다시는 도달할 수 없는 사라진 고향에 대한 향수의 일종이라고 말한다. 하이데거는 과학기술은 '광기의 시대'이고 풍요한 이 시대는 '존재자에게서 존재가 빠져 달아나버린' '궁핍한 시대'라고 했다.
때문에 작가는 우리 시대의 고향에 대한 향수는 단순한 그리움이 아니라 세계의 경이에서 비롯되는 '존재의 빛'에 한 번이라도 이르러보기 위해 애씀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애씀은 사유와 예술작품을 통해 나타날 수 있을 것이고 자신의 경우에는 신안을 돌아보고 작품화하는 것으로 그것을 시도해 본 것이나 아닐까 싶다고 한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도초도 3 002 200x140 2014 pigment print 2023.02.08 digibobos@newspim.com |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만재도 3 036 140x200 2020 pigment print 2023.02.08 digibobos@newspim.com |
작가는 아직 고향이 남아있고, 오래된 고향 집도 있지만 되돌아갈 수는 없으며, 이는 물리적으로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존재와 세계의 변화가 불러온 결과물이라도 했다. 그리고 이를 라캉식으로 말하자면 '고향은 부재하며 도달할 수 없는 실재계'이자 작업이란 그에 대한 갈망이자 그리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강홍구(1957~)는 전라남도 신안에서 태어나 목포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서양화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비상임위원 및 부산 고은사진미술관 관장을 역임했다.
2016년 우민아트센터, 2013년 고은사진미술관, 2009년 몽인아트센터, 2006년 리움미술관 로댕갤러리 등에서 여러 차례 개인전을 가졌다.
<떠도는 영상들의 연대기>(2019,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프레임 이후의 프레임: 한국현대사진운동1988-1999> (2018, 대구미술관, 대구), <SeMA Gold X: 1990년대 한국미술>」 (2016,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동백꽃 밀푀유> (2016, 아르코미술관, 서울), <우리가 알던 도시> (2015,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등 다수의 기획전에 참여하였다.
2015년 루나포토 페스티벌 올해의 작가상, 2008년 동강사진상, 200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올해의 예술가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아트선재센터, 뚜르미술관, 삼성리움미술관, 한미사진미술관, 고은사진미술관, 우민아트센터, 몽인아트센터, 전남도립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digibobo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