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나영 인턴기자= 올 겨울 또 다시 강력한 북극 한파가 미국을 덮치며 전역이 꽁꽁 얼어붙었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뉴햄프셔주 워싱턴산 정상의 체감온도는 영하 79도를 기록했다. 워싱턴산 정상의 실제 기온도 영하 43도까지 떨어졌으며, 시속 160km에 육박하는 강풍이 몰아쳤다.
미국 국립기상청(NWS)은 보스턴, 로드아일랜드의 프로비던스, 코네티컷의 하트포드, 매사추세츠의 우스터, 뉴욕의 올버니, 뉴욕의 글렌스 폴스 등의 지역에서 4일 기록적인 최저 기온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기록적 한파에 피해도 잇따랐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3일 매사추세츠주 사우스윅에서 바람에 의해 쓰러진 나뭇가지가 차량을 덮치면서 운전자가 중상을 입었고 동승했던 어린이가 사망했다.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응급실은 저체온증 및 동상 환자가 몰렸다.
이날 미 국립기상청은 "이 지역 평균 기온이 현재 영하 43~45도로 맨피부를 노출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워싱턴 산 로이터=뉴스핌] 이나영 인턴기자= 4일(현지시간) 체감온도가 영하 79도까지 떨어진 미국 뉴햄프셔주 워싱턴 산 전망대 전경. Mount Washington Observatory/mountwashington.org/Handout via REUTERS (재판매 및 DB금지) 2023.02.04 nylee54@newspim.com |
◆ 지난 12월에도 영하 50도 한파 닥쳐
앞서 지난해 12월 23일 북극에서 내려온 차가운 대기가 미국을 덮치면서 시카고 등 일부 지역 기온이 영하 50도 아래도 떨어졌다.
당시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중동부 지역에 강력한 겨울 폭풍이 불어 닥치면서 6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주로 전기가 끊겨 난방을 켜지 못한 주민들이 구조를 기다리던 중 사망하거나 자동차에서 고립돼 숨진 사고가 대부분이었다.
최대 2m까지 쌓인 강한 눈폭풍으로 3105편의 항공편이 결항됐고 일부 열차는 운행이 중단됐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만 18만가구 이상이 정전되는 등 미국 내 정전 가구만 150만가구에 달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또한 버팔로 시내 일부에서는 눈더미가 최대 3m 높이까지 쌓이면서 주택과 자동차가 파묻혀 구급차와 소방차의 운행이 마비되기도 했다.
[버펄로 로이터=뉴스핌] 이나영 인턴기자= 미국 시민이 27일(현지시간) 겨울 폭풍이 강타한 뉴욕주 버펄로에서 거대하게 쌓인 눈더미 옆을 지나가고 있다. 2022.12.28 nylee54@newspim.com |
◆ 美 기록적 혹한 원인은 극소용돌이
미국에 이 같은 강력한 한파가 닥친 이유는 북극 주변을 맴도는 차갑고 건조한 공기 덩어리인 '극소용돌이'가 미 대륙으로 남하했기 때문이다.
북극 극소용돌이는 북극에 햇빛이 거의 도달하지 않는 겨울철에 가장 강해지고 차가워진다. 정상적인 상태의 극소용돌이는 대류권 상층부에서 부는 강한 편서풍이 제트기류에 갇혀 남하하지 못하고 북극 주변에 머무는데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점차 아래쪽으로 내려온다.
이처럼 북극에 있어야 할 극소용돌이의 이동이 가속화할 경우 극소용돌이의 차가운 공기에 노출된 지역에선 수 시간 안에 기온이 영하 수십 도까지 떨어질 수 있다. 이상기후는 극소용돌이가 제자리로 돌아가 안정을 찾을 때까지 이어져 최대 수 주 동안 계속될 수 있다.
하지만 과학계에서는 극소용돌이 현상에 대해 아직 일치된 의견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미국 위스콘신대 기후과학자 스티브 바브러스 박사는 2012년에 북극의 온난화가 극소용돌이의 경로에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을 제시했으나 "불행히도 여전히 상황은 모호하다"고 얘기한 바 있다.
한편, 미국 국립기상청은 4일 체감온도 영하 79도까지 기록한 이번 북극발 한파가 주말을 기점으로 단기간에 누그러질 것으로 내다봤으며 이 추위는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nylee54@newspim.com